장애인 + 여성 + 이혼 = 자살
윤 찬 영 (전주대 사회복지학 교수)
전북평화와인권연대,「평화와 인권」(제286호), 2002. 4. 2.
양육권과 수급권의 딜레마
지난 3월 26일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인 최옥란씨가 37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그녀는 지난 98년 이혼한 후 자녀의 양육권을 찾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러나 경제력이 없으면 양육권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 때문에 아픈 몸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랑하는 자식에 대한 일념으로 좌판을 벌여놓고 노점상으로 나섰다. 그러나 병원비와 약값에 대한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그리하여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되기 위해 노점을 포기하였다. 왜냐하면 일을 하고 수입이 있으면 수급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조건 중에서 소득이 월 33만 원 이하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수급자로서 국가로부터 받은 생계급여는 월 26만 원이었다. 이 돈으로는 병원비와 약값을 치르기도 어렵고 먹고 살 수가 없었다. 또한 사랑하는 자식을 만날 수도 없었다. 양육권과 수급권의 딜레마 속에서 그녀는 음독 자살을 시도했고, 보름 후 사망한 것이다. 그녀는 또한 평소 장애인 이동권 투쟁에도 앞장섰다.
경제력이 없으면 자식을 만나지도 못해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이렇다. 이혼녀이자 장애인이 그녀가 원했던 것은 사랑하는 자식과 함께 사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양육할 만한 경제력이 없었다. 그래서 택한 것이 노점상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몸이 불편한 그녀의 기본적인 생존을 보장해주지 못하였다. 특히 의료비 부담이 너무 막중했다. 그래서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노점상 수입보다 훨씬 못한 수준이어서 더욱 생존 자체를 어렵게 했고, 사랑하는 자식을 찾기엔 너무 거리가 먼 것이었다. 이혼한 여성, 장애인, 빈민으로서 3중고 속에서 절망하고 있을 때 그야말로 세상은 그녀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공공부조제도
최옥란씨는 거동이 불편한 중증의 뇌성마비 장애인이었으며, 게다가 이혼녀였다. 따라서 부양해줄 사람도 없이 빈곤하게 살아야 했던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이렇게 자신의 힘으로 기본적인 생존을 유지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국가가 그 생존을 책임지는 제도가 곧 공공부조제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생활보호법이 이 역할을 맡았으나 보호수준이 미비하여 지난 ‘99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으로 대체되었다. 이것은 현 정부가 자랑하는 생산적 복지 이념을 반영한 대표적인 제도이다. 그런데 이 제도가 최옥란씨에게는 절망으로 다가왔으며 끝내 죽음에 이르게 했던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복지과잉(?)
소위 생산적 복지라는 게 이 모양인데, 얼마 전까지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을 지낸 김만제씨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퍼주기 복지 또는 사회주의식 복지라고 비난을 퍼부은 적이 있다. 얼마나 퍼주었길래 자살을 했을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런 터무니없는 주장에 동조하는 것 같다. 4인 가족에게 95만원을 준다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정말 퍼주기 복지일까? 그래서 최옥란씨가 복지과잉으로 죽었을까?
고시합격보다 어려운 수급대상자 관문(?)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되는 것은 사법고시 같은 고등고시 합격보다 더 어렵다. 고등고시는 대개 3차까지 관문을 통과하면 합격이지만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되려면 6차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우선 부양의무자가 없어야 하며 노동능력도 없고 소득과 재산이 일정 수준 이하여야 한다. 물론 노동능력이 있는 자는 조건부로 급여를 제공한다. 그러니까 4인가족이 대상이 되려면, 장애인부모가 미성년 자녀를 둔 가정, 손자녀와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 등 대개 이런 가정들이다. 부양해줄 2촌 이내의 친족이 없는 이런 가정 중에서 재산이 ( ) 이하이고 소득이 95만 원 이하인 경우 수급자로 선정되는 것이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생계급여는 이 기준선에서 현재의 소득만큼 공제하고 주는 보충급여 방식에 따른다. 소득이 1원도 없는 4인 가정인 경우 추정소득을 공제하고 나면 80여 만 원을 받는다. 1인 가정인 경우는 33만 원 기준에 약 26만원 정도를 지급해준다. 이에 따르면, 김만제씨는 자신의 형제들이나 자녀들로부터 일체 한 푼도 지원받지 않고 월세방에 살면서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면 국가에서 매월 26만 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김만제씨는 이 돈을 받고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 제34조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누리면서 행복한 여생을 마칠 수 있을까?
생산적복지와 한 인간의 죽음
신자유주의의 세례를 받고 태어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그렇기 때문에 수급자격이 까다롭고 엄격하며, 실제로는 일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조건부 수급자라 하여 일을 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여 일을 통해 번 소득을 공제하고 급여를 준다. 실제로는 일할 능력도 일할 자리도 없는 사람들인데 말이다. 이번 최옥란 열사의 사망은 생산적 복지의 허구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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