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조선일보의 폐해가 크다고 생각하는 쪽이긴 하지만, 반면에 효용가치도 꽤 있다고도 생각한다. 조선일보가 도대체 어디에 쓸모가 있냐!고 화를 내는 사람이 있어도 좋다. 나는 그저, 개똥도 약에 쓰일 때가 있다고 믿는 조금은 구닥다리에 가까운 사람일 뿐이다.
조선일보의 폐해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겠다. 그러나 조선일보라는 '개똥'도 약에 쓰일 때가 정말 있긴 하다. 신기하게도 그 쓸모란 것은 조선일보가 가진 폐해에서 나오는 것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고, 분노하게 하고, 행동하게 하는 것이다. 조선일보로 인해 눈과 귀가 막힌 사람이 수없이 많겠지만, 어느 순간 조선일보로 인해 본질과 현상을 명확히 구별하여 비로소 눈이 뜨이고 귀가 열리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 어찌 조선일보가 폐해만 있고 쓸모는 없다 하겠는가.
대학시절 나는 내 구미에 맞는 언론만 접했던 적이 있다. 그 언론들이라고 해서 항상 진실만을 보도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언론'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그런 글들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조선일보가 내놓는 기사를 제대로 활용하면, 정신적 긴장상태를 유지하며 인식이 풍부해지고 논리가 튼실해진다.
물론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바보가 될 뿐, 아무 소용이 없다. 살아가면서 순수한 감정을 잃지 않으려는 사람이나, 불의 앞에 쉽게 격해지는 성격을 가진 사람도 건강을 해칠 수 있으니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오직 글을 쓰고 말을 함에 있어 잘못된 인식과 논리에 맞서고, 스스로 강해지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조선일보는 훌륭한 스승이 된다. 그렇다고 조선일보에 고마워 할 필요는 없다. 돈을 지불할 필요는 더욱 없다. 그럴 여유가 있으면 차라리 사회단체에 기부를 하라.
구미에 맞는 언론만 접했던 그 대학시절, 조선일보를 보고 있던 어느 선배에게 어찌하여 조선일보를 보고 계시느냐고 물었다. 그 선배는 툭 던지듯 말했다. "사실 조선일보에 볼 게 많지 않느냐?" 액면 그대로 조선일보가 볼거리가 많은 신문이란 뜻은 아니었다. 우리 몸 속 피의 흐름과 호흡을 빠르게 해주는 신문, 생각이든 실천이든 무엇이든 하도록 자극해주는 신문, 그런 면에서 조선일보가 대한민국 1등 신문임에는 틀림없다.
혹자는 청소년들로 하여금 조선일보를 읽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청소년들이여 조선일보를 보라! 다만, 조선일보가 쓰는 대로 글 쓰는 법을 배우면 망하노니, 반드시 조선일보 사설에 대해 평가하는 글, 옳고 그름을 따지는 글을 연습하라. 장담하건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자! 5월 29일 밤 10시경에 올린 사설, "대통령ㆍ총리ㆍ장관ㆍ공무원부터 미국 쇠고기 먹어야"라는 글부터 시작해보자. 그전까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개정과정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교묘히 왜곡해 오던 조선일보가 슬쩍 태도를 바꾸었다. 조선일보 특유의 매우 정상적인 기사이므로 이상할 건 없다. 그러나 왜 이렇게 태도를 바꾸는지, 또 어떻게 반박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실행해 보기에 너무나 좋은 소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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