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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을 들어 새로운 시대를 열자!

"악과 싸워 이기려 하지 말고, 선으로 악을 뒤덮으라."

나는 어느덧 30대 중반을 향해 가고 있다. 어르신들이나 선배들 앞에서, 감히 '이젠 늙었다'고 할 수 없는 나이이건만, 동시에 후배들이나 어린 동생들 앞에서 '아직 젊다'고 우기기도 힘든, 그런 어정쩡한 나이가 돼버렸다. 무엇보다 우울한 건 내가 비판하며 대서던, 나는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았던 바로 그! 구닥다리 '기성세대'가 되어 있다는 점이다.

내 스스로 기성세대가 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는 증거는 바로 '보수화' 되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흔히 말하는 '수구보수'의 그런 정치적 보수화는 결코 아니다. 나는 여전히 80, 90년대의 분노와 증오를 안고 살아간다.

90년대 중후반에 대학을 다닌 나는 운동권의 끝물에 속한다. 스스로 억압과 착취에 맞서 싸웠다고 믿었던 나는 후배들에게 이렇게 묻곤 했다. "너희는 왜 그렇게 하지 않느냐?"고. 이미 지난 세대의 생각과 행동과 감수성을 새로운 세대에게 요구하는 그 우매한 모습이 나와 같은 운동권 끝물세대의 슬픈 자화상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뒤로 나는 인식의 변화를 겪었다. 진보라는 것은 이제까지 없던 전혀 새로운 무언가도 아니며, 당장 어떻게 해서 이루어지는 그런 것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진보는 전통과 보수를 토대로 그것을 발전시키고 극복하면서 나오는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인식이 진정 '발전과 극복'의 실천으로 나아간 것이 아니라, 그냥 전통과 보수 속에 안주했다는 데에 있었다. 그러니까 인식의 변화를 실천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안락한 보금자리로 삼은 '생활의 보수화'였다. 그래서 "운동권이었던 사람들이 큰일에는 진보적이면서 일상에서는 보수적인 경우가 많다"는 한 선배의 지적은 전적으로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이제 '일상의 살아있는 새로운 진보'를 보고 있다. 과거의 낡은 사고와 행동방식을 거부하고, 놀랍도록 재밌고 신선한, 세련되다 못해 눈부시게 아름다운 일상의 저항을 보고 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촛불집회에 나가서도, 재미있게 어울리면서 저항한다는 것이 정말 낯설었다. 그때 낯설음을 느끼는 내 자신도 그랬지만, 촛불집회의 배후를 운운했던 자들이 얼마나 안쓰러웠는지 모른다. 바보들아! 예전의 그 운동권들은 오래 전에 망했다.

지금의 촛불집회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는 없다. 촛불집회에 나온 사람들이 일거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면 한우도 이력추적이나 전수검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이는 앞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의 촛불이 '새로운 시대의 희망'이라는 점이다. 정부든 언론이든 정치인이든, 우리 사회의 권력자들에게 시민들의 행동과 저항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알게 해주었고, 국민이 더 이상 다루기 쉬운 지배의 대상이 아니라, 두려운 주인(주권자)임을 분명하게 인식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촛불집회를 보면 떠오르는 말이 있다. "악과 싸워 이기려 하지 말고, 선으로 악을 뒤덮으라." 아무런 무기도 들지 않은, 그저 평범한 한 사람 한 사람의 촛불이 무서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서울광장으로 진격해서 '자리 깔고 앉아 싸움을 거는'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자들이 불쌍하게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우리에겐 서울광장도, 무의미한 싸움도, 더 이상 필요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어디에서건 즐거운 마음으로 촛불을 들자! 거짓된 것을 뒤덮어 버리고, 새로운 시대를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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