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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 '법률서비스', 그 실태에 대하여
    특수주제/사법개혁 2006. 12. 18. 05:46


    '법률서비스', 그 실태에 대하여

    1994


    인하대학교 민주법학연구회

    * 이 글은 '인하대학교 민주법학연구회'가 작성하여 '민주주의법학연구회'가 펴내는『민주법학』(통권 제8호, 1994년 하반기, 관악사)에 "사법개혁, 그 문제와 대안"이라는 특집편성으로 게재된 글입니다.


    하나. 시작의 글

    ‘문민 정부’라는 화려한 이름 아래 절차적 정당성의 확보만으로는 그 존립기반이 취약했던 김영삼 정부는 구시대정치, 즉 군부정치를 청산한다는 개혁정치를 통해 그 존립기반을 강화하고자 하였다. 실제로 93년 취임 이후 1년 동안 각계의 사정을 비롯한 인사조치와 금융실명제 등의 경제조치들은 국민들의 적지 않은 지지를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의 일련의 개혁조치들은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까지 뿌리를 내린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의 병폐 등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여 모든 민중이 자유와 복지를 누릴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하기에는 너무나도 명백한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단적으로 말해서 김영삼 정부의 개혁은 정권의 안정적 유지를 위한 개혁일 뿐 기층민중을 위한 개혁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보수적이며 뚜렷한 한계성을 지닌 개혁과 그 축을 같이 하는 것이 ‘사법부 개혁’(?)이었다. 공직자 재산공개 과정에서 변호사 출신의 공직자들이 구설수에 올랐고, 여론은 변호사들을 ‘개혁되어야 할 대상’으로 몰아갔다.[각주:1] 결국 지난 5월 초순 대법원은 ‘사법개혁 방안’이라는 것을 내놓게 되었다. 그 골자는 이른바 ‘전관예우’의 근절을 위해 변호사의 판사실 출입을 금지하고, 변호사와의 골프회합을 규제하며, 각급 법원에서의 법관회의를 활성화하고 법관윤리규범을 제정하는 것 등이 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대법원이 ‘사법개혁 방안’을 법원조직, 인사 등에 국한시킴으로써, 국민을 위한 진정한 봉사자로서의 개혁은 찾기 힘들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또한 개혁의 출발부터 자율적인 개혁이라기보다는 외부의 개입에 의해 움직이는 소극성을 보임으로써 사법부가 지닌 보수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개혁’은 ‘제도와 기구의 낡거나 불합리한 점을 고치는 것’을 그 근본속성으로 하며 이는 본질적으로 ‘민중’을 위해서 이루어져야 하므로 사법부의 개혁방안은 곧 실질적 법치주의에 의한 민중의 인권신장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민중에 대한 법률 서비스의 확충과 강화가 절실하게 요망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사법부개혁의 그 궁극적 목표가 될 ‘사법부의 법률서비스’의 암울(?)했던 과거를 되짚어보고 이제 나름대로 그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둘. 법률서비스의 실태


    1. 변호사 시장

    냉전의 논리가 국제질서를 지배하던 시대에 분단된 개발도상국가인 대한민국은 체제수호와 경제성장을 절대절명의 과제로 알았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 때문에 오랜 기간에 걸쳐 권위주의 정권이 존속할 수 있었고, 이러한 권위주의 정권 아래에서 민중은 ‘의무의 수행자’로서의 역할을 주로 담당하였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발달과 민주적 역량의 강화는 이제 국가를 ‘권위주의의 상징’으로서가 아니라 ‘서비스 기관’으로 바라보도록 하였다. 국민의 ‘권리의식’의 고양이 그 직접적인 원인이 됨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러한 민중의 국가에 대한 인식의 전환 속에서도 권위주의의 틀을 쉽게 못 벗는 것이 사법부에 대한 인식이다. 국가의 사법작용은 아직까지도 국가의 권력 측면에서 이해되고 있으며, 법은 생활을 편하게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생활을 억압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심지어 법을, ‘법률’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보는 사람조차 있다.[각주:2]

    이처럼 우리 사회에 부정적 법의식이 만연하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일차적으로는 필요한 때에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정보가 제한된 것도 한 요인이 되겠으나 턱없이 비싼 수임료를 주고 ‘변호사를 사는’ 풍토에서 기인한 것임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한꺼번에 10억원이나 되는 거액의 수임료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공직에서 물러난 변호사 출신의 이충범 전 청와대 사정비서관의 경우나, 현재 1억 9천만원에 이르는 분당동의 임야와 1천평의 땅을 73년에 성공보수로 받았던 최광률 전 헌법재판관이 그 단적인 예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다른 여러 나라에서처럼 법률서비스가 ‘가격기구’를 바탕으로 하나의 상품으로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법률서비스 가격기구는 몇 가지 요인들로 인해 그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실은 위와 같은 결과를 초래하여 민중들을 사법정의로부터 단절시키고 있다. 다음에서 우리나라의 특이한 시장기능 왜곡요인을 살펴보겠다.


    (1) 전관예우

    변호사의 보수는 곧 변호사의 사건 처리능력이다. 대부분의 직종에서는 경력이 많을수록 보수가 많은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변호사 시장에서는 오히려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개업한 지 얼마 안되는 변호사가 경력이 많은 변호사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는---즉 전자가 후자보다 사건처리를 더 잘하는--- 특이한 현상이 나타난다. 바꾸어 말하면 변호사의 보수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줄어든다는 것이다. 변호사 업무가 판사나 검사의 업무와 차별성을 가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개업한 지 얼마 안되는 변호사에게 사건처리와 관련하여 특별한 혜택이 주어짐을 반영하는 것이다.

    일례[각주:3]로 서울형사지법 단독판사로 있다가 개업한 Y변호사의 경우 개업한 지 5개월만에 1백 50건 이상의 구속적부심 사건 및 보석사건을 수임했다. 또한 개업 첫달에 90%대의 경이적인 성공률을 보였다. 얼마 전까지 함께 재직했던 동료 판사에 대한 현직 판사들의 배려가 작용했음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쌍방이 변호사를 세우는 민사사건과는 달리 형사사건에서는 상대방 변호사가 없기 때문에 판사의 재량에 따라 얼마든지 전관예우를 해 줄 수 있다. 그 다음달에는 80%의 성공률을 보이다가 최근에는 50-60%로 낮아졌지만, Y변호사는 여전히 다른 변호사에 비해 높은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Y변호사는 개업 이후 한 달 평균 70-80여건의 사건을 수임해 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가 대개 한 건당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수임료를 받은 것을 감안한다면, 한 달 평균 최소 수억원을 벌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로 재산공개 이후 사퇴한 김덕주 전 대법원장도 변호사 개업을 했던 지난 86년 4월부터 88년 7월까지 단기간에 무려 14억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해결변호사’ 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들 하는데, 이들 해결변호사들은 한 건당 5백만원 이상의 고액 수임료를 받으며, 그 이하의 수임료를 받게 될 사건들은 적당한 구실을 둘러대며 수임을 기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전관예우는 사법과정의 공정성을 크게 훼손하여 수임변호사가 누구냐에 따라 정반대 결과를 초래한다. 일례로 재조경험이 없는 W변호사가 91년말 구속된 사건의뢰인의 보석신청을 냈으나 기각당했던 것이, 어느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인에게 맡겨져 허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물론 소송의뢰인은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에게 전자보다 3-4배의 수임료를 더 주어야 했음은 분명하다.
    이와 같이 전관예우는 고액 수임료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며, 변호사에 대한 불신은 물론, 나아가 사법부를 못믿는 상황으로 연결될 것이다. 따라서 전관예우를 근절시키기 위해 하루빨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겠다.


    (2) 법률서비스 시장에 대한 정보부족과 사건브로커

    우리나라 법률서비스 시장에서는 시장경제의 가장 기본적 전제의 하나인, 수요자와 공급자의 서로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 법률서비스의 수요자인 의뢰인은 법률서비스의 내용이나 법률서비스의 제공자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가 없어 소문 또는 시행착오를 거쳐 공급자를 선택하게 된다. 또한 공급자인 변호사도 자신이 제공하는 법률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스스로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불합리를 이용하여 돈을 버는 자가 바로 사건브로커이다. 특히 전관예우를 받지 못하는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들이 치열한 수임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사건브로커의 유혹에 쉽게 넘어가게 된다.

    이들 사건브로커들은 변호사 사무실의 사무장이나 사무직원 또는 법무사 사무소 직원들의 직함을 갖고 특정 변호사에게 수임을 받아다 주며, 수임료의 20-30% 정도를 알선비 명목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결국 브로커를 쓰는 변호사들은 브로커들에게 돌아가는 액수만큼 수임료를 비싸게 받고, 이 때문에 소송의뢰인들은 이중의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변호사 간의 사건 유치 경쟁이 심해지면서 전문브로커들의 알선료가 수임료의 30-50%까지 치솟아 수임료의 50-70%밖에 받지 못하는 속칭 ‘50% 변호사, 70% 변호사’까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각주:4] 이와 같은 사건브로커는 법률서비스 시장에서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정보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한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이다.

    법률서비스 전달체계는 공급자와 수요자 간에 충분한 정보가 소통되어야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이러한 정보에는 공급자의 인적 사항, 전문분야,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의 내용, 법률서비스 비용 등에 관한 것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3) 변호사 시장의 독과점 이윤 창출

    현재 92개 대학에 3만 3천명 정도의 학생이 법학과에 재학 중이고, 재학생 이외의 2만-3만의 인구가 사법시험에 응시하고자 지금도 ○○고시원 혹은 도서관의 한자리를 채우고 있다. 그러나 재학중 합격인원은 30여명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장수’(長修)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합격인원인 300명속으로의 진입을 꿈꾸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그렇게까지 사법시험합격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손익 분기점이 40세라는 말이 반영하는 것처럼 현재 한국사회에서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 신분상승의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이 그 중요한 요인이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소위 ‘맨발에서 벤츠까지’를 꿈꾸게 하는, 그리고 민중들에게 법률서비스의 문을 감히 두드리지 못하게 하는 과다한 수임료는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가장 일반적인 보수결정방식은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의 흥정인데, 이 때에도 변호사 공급시장의 독과점화로 그 흥정이 자유롭지 못하고 의뢰인이 불리한 위치에 있게 된다. 자유로운 경쟁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기능이 왜곡되는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데, 이것은 변호사 수임료의 부당 독과점 이윤의 창출로 직결된다(현재 특권계급화되어 있는 변호사들로 하여금 그 보수 기준을 정하게 하는 것은 독과점 시장의 ‘담합’을 그대로 적용시킨 것으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강화시킨 것이므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

    한편, 변호사법 제19조에는 “변호사의 보수기준은 대한변호사협회가 이를 정한다”고 규정되어 있고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보수기준에 관한 규칙?을 제정하였다. 변협 보수기준 제4조에는 보수의 종류를 사무보수(상담료, 감정료, 문서작성료, 고문료를 포함), 사건보수(착수금, 성공보수) 그리고 실비변상(사무 및 사건처리비용과 여비)으로 나누고 있다. 민사본안사건의 보수는 금액에 따라 착수금과 성공보수가 각기 경제적 이익가액의 1-10%(제19조), 착수금과 성공보수의 최대 합계액은 전 심급에 걸쳐 40%(제20조), 형사사건의 보수는 착수금과 성공보수가 각기 500만원을 한도로 한다(제20조).

    이런 보수기준은 현실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민사소송에서 소송물가액이 1000만원인 경우 착수금이 4%, 성공보수가 4%로 되어 있는데(규칙 제19조) 현실적으로 변호사 비용이 200만원 이하인 경우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결국 이 액수에 못 미치는 사건은 변호사의 법률서비스를 받을 대상에서 자격미달이 되는 것이다. 더우기 형사사건은 착수금과 성공보수의 최고 한도 5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조사[각주:5]에 따르면, 국민들이 법률서비스에 대한 뚜렷한 수요를 가지고 있지만 변호사로부터 법률서비스를 받는 것은 법률서비스가 필요한 경우의 25%에 불과하며, 변호사로부터 법률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50% 이상이 비용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국민수에 비례한 민사소송건수와 행정소송건수는 어느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 민사소송의 건수가 적은 것을 한국인의 민족적 특성론 내지 속물적 법사회학 이론을 끌어와 한국에서는 인정의 차원에서 분쟁이 해결되기 때문이라고 본 견해가 한 때 유행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앞에서 본 것과 같이 과도한 변호사 비용으로 인해 민중이 소송을 제기할 여건이 되지 못하여 소송률이 낮았다고 하는 것이 훨씬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각주:6]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과도한 수임료는 민중의 ‘사법정의에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가로막는 결정적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이 장애물을 제거하는 방법은 법조계의 폐쇄적인 특수이익 집단의 현실을 자율적인 시장으로 몰아 평가받도록 하는 것일 것이다. 이는 자유경쟁사회의 모든 상품이 그러하듯이 변호사 인구도 ‘시장’을 통해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변동할 수 있도록 현재의 왜곡된 변호사 공급시장을 제도적으로 개혁해야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 개혁은 변호사 수의 증가를 당연히 전제로 한다.


    2. 수요와 공급, 그리고 국제화에 따른 변화의 필요성

    우리나라 개업 변호사의 수는 2443명으로(92년 9월 기준), 이를 92년 총인구수와 대비해 보면 변호사 1인당 인구수가 17, 873명이 된다. 외국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의 변호사 수가 얼마나 부족한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94년도를 기준으로 변호사 수를 보면 미국이 약 82만명, 독일이 약 7만명, 일본이 14, 433명으로 변호사 1인당 인구수를 보면, 미국이 300명, 독일이 1109명, 일본이 8504명이 된다. 이들 나라와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 인구수에 대한 변호사 수는 미국의 60분의 1, 독일의 16분의 1, 일본의 2분의 1에 불과하다.[각주:7]

    더우기 변호사의 과소 현상은 대도시로의 변호사 집중을 부채질하고 있는데, 1988년 1월 20일 현재 직할시 이상의 대도시에 분포하고 있는 변호사가 전체의 80%에 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률 서비스의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는 무변(無辯)지역 및 변호사 과소지역이 상당수 존재하며, 심지어는 사법서사를 국선변호인으로 활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국가임용고시 합격자 수를 300명 수준으로 제한함으로써 변호사 수를 억제하고 있는데, 사법시험제도의 개혁(또는 철폐)을 통해 변호사의 수를 대폭적으로 늘려야만 하며, 변호사 수의 증가는 다음의 3가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1) 법률서비스 질의 향상

    변호사 수의 대폭적인 증가는 법률서비스 질의 향상을 가져올 것이다. 공급부족 상태에서는 변호사 간에 경쟁 요인이 약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법률서비스의 질 향상도 기대하기 어렵다. 변호사 수를 늘리자는 의견에 반대하는 측[각주:8]에서는 소수정예[각주:9]의 논리를 주장하며 그 이유로 변호사의 질 저하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는 기존 법조인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집단이기주의이며, 독과점적인 이윤의 지속적인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퇴색된 법조윤리의 반영이라는 것 이외에 설득력 있는 이유를 찾기 힘들다. 이것은 현재의 법조인들이 질에 대하여 매우 관념적이고 이기적인 사고를 갖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각주:10]

    한편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은 결국 ‘시장’이 질낮은 법조인을 도태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법률서비스 분야에서 수요자들은 변호사와 일회적 거래보다는 계속적 거래를 하기 마련이며, 따라서 합리적인 변호사라면 자신의 신용에 세심한 신경을 쓸 것이고, 수요자인 민중들은 그 질에 대해서 냉정한 판단을 내릴 것이다. 또한 독과점 상태에 있어서 시장평가조차 불가능한 기존 법률가의 질에 대하여 우리는 많은 의문을 갖는다. 업무과다로 인해(재판불성실의 유일한 원인으로 비친다) 그 판단에 성실하지 못한 판사들[각주:11]과 고액의 수임료만을 추구하는 변호사들에 대한 의문이 그것이다.

    요컨대, 법률서비스라는 상품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메카니즘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그 부문에 종사하는 변호사들로 구성되는 시장 역시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없고, 그 질적 향상 또한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2) 법률서비스의 전문화

    변호사의 수가 증대됨으로써 법률서비스의 영역이 확대될 수 있으며, 전문화될 수 있다. 이제까지의 우리의 법률서비스는 주로 소송대리라는 좁은 영역에 국한되어 왔다. 본래 변호사의 직무는 모든 법률 문제에 관한 업무 일체를 포함하는 매우 광범위한 것이다. 따라서 일상 생활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각종의 법률 문제에 관하여 법률적인 지식을 제공한다거나, 법률문서를 작성해 주거나, 분쟁발생의 예방 등 일반 법률사무로 그 영역이 확대되어야 한다. 그것이 전문인으로서의 변호사가 사회에서 자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본질적인 측면이다. 종래 변호사들의 안일한 태도로 준법조인에게 많은 영역을 잠식당했는데, 변호사의 수가 늘어나게 되면 그동안 방치해 두었던 영역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들 본래의 직무영역을 회복해 나갈 것이다.

    사회가 발전하고 복잡해지는 데 따르는 전문화의 요구는 당연하다. 그런데 변호사 단체에서는 이에 대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기보다 개인적 이해에 안주해 거꾸로 인원의 감축을 요구하는 것이 지금의 모습이다. 그러나 변호사도 자기의 전문분야를 특화시켜 고객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예를 들면, 특허 관련 법률 문제만을 전담하는 특허변호사제도를 두거나 노동 문제 관련 법률 문제만을 전담하는 노동변호사 제도를 두어 직역을 전문화해야 한다. 일례로 환경 분야의 전문변호사들은 환경운동연합의 자문위원으로 일하면서 이 단체의 시민법률상담실을 맡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 환경 문제와 관련한 소송은 미미한 편이지만, 최근 들어 환경 문제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법률상담은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변호사의 전문화는 개인적으로 법률사무소를 개설하는 것보다 법률회사를 설립하여 각 파트마다 전문변호사를 배치하여 고객의 수요에 응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개별 전문 분야는 다른 전문 분야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이러한 다수의 전문 파트가 기능별로 나뉘며 복합체를 이루고 있는 법률회사에서는 분업과 협업의 이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이는 곧바로 법률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3) 국제화에 대한 대비

    법률서비스의 국제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변호사 수의 증가는 필요하다. UR협상에 의해 우리나라는 국내시장을 외국인에게 널리 개방할 수밖에 없으며, 법률서비스 시장의 개방 역시 불가피하다. 실제로 최근 미국이 우리나라에 법률서비스 시장의 개방을 공식적으로 요구하였고, 이미 미국 변호사들이 일부 국내로 진출해서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 법률서비스 시장을 전면적으로 개방하게 되면 우리나라 변호사들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진 외국 변호사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전문화되고 조직화된 외국 법무법인의 국내시장 잠식에 대응하기 위해서 국내 법조인력의 확충이 보다 거시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위에서 우리는 ‘변호사 수 확충’의 필요성을 고찰해 보았다. 그렇다면 과연 현행 300명에서 얼마의 증원이 필요한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진지한 고려가 요구된다. 법조계와 일부 교수들은 600명으로 증원할 것을 주장하나 600명의 인원이 어떤 근거에서 제시되었는지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이유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어느 나라에서나 변호사의 적정 인원에 대한 논란은 많다. 그리고 적정 기준이 무엇이냐에 대한 견해는 주장하는 사람에 따라서 달라진다. 예를 들면, 변호사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개개 변호사의 수입이 극대화되는 점이 바로 적정수라고 주장할 수 있다. 또 법학자들이라면 실질적 사회정의를 가장 이상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수가 적정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을 국민들이 실제적으로 향유할 수 있으려면 당연히 필요한 때에 법률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 있어야 하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필요한 사람에게 법률서비스를 제대로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즉 법률서비스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여러가지 기본권의 실현을 위해서 필수적이다. 즉 법앞에서의 평등, 재판을 받을 권리, 형사소송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법률서비스가 당연히 제공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국민들이 변호사로부터 법률서비스를 받는 일은 국민의 기본권의 하나로 인식되어야 하고 국가는 이의 실현을 위해 노력할 의무를 진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엄격한 자격요건을 정하여 해당되는 자에게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국민의 법률서비스를 받을 권리의 실현을 위해 충분히 노력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오히려 그 기본권을 박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에 근거하여 우리의 주장은, 변호사의 적정 인원 기준은 법률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국민들이 불편하지 않을 정도 즉 변호사 사무실이 동네 세탁소처럼 부담없고 싸고 보통의 생활에 밀접히 관련되어 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정도여야 하는 것이다. 이것의 실현은 현재의 고시를 자격시험으로 바꾸는 것이며, 소정의 법과대학 과정을 수료하면 변호사자격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3. 국선변호인제도

    헌법 조항에서는 기본권으로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과 동시에 일정한 경우[각주:12] 국가가 피고인을 위해 선정해 주는 국선변호인 제도를 헌법 장치의 하나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선변호인의 불성실로 인해 많은 피고인들이 ‘무용지물’이라거나, 심지어 ‘두 명의 검사와 싸운다’고 불평할 정도로 이 제도의 실효성은 지극히 의심스럽다. 오히려 이 제도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인식의 확산에 일조하고 있는 모순된 현실을 만들고 있다. 더우기 국선변호인으로 인해 피고가 불리한 재판을 받은 뚜렷한 심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징계하거나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것은 이 제도가 형식적이고 선언적인 제도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드러내 준다. 일부에서는 국선변호인 제도의 개선책으로 수임료의 인상 등을 들고 있으나, 이는 이 제도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며,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현 변호인들의 직업의식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일부에서는 국선변호인 제도를 사회보장제도로 인식하는 변호사 사회의 자각이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그것은 너무나 이루기 힘든 꿈이 아닐까 생각한다.


    셋. 결론을 대신하여

    헌법 제12조 4항에서는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다만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고 규정하여 변호사의 필요성과 공익성을 헌법으로 천명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민중들은 권리의 활동과 보장을 위해 법률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과거에 법률서비스는 다분히 공공부문에 속해 있었고, 민간부문에서의 수요는 극히 미약했었다. 그러나 경제 성장에 따라 지금 우리의 경제활동, 사회활동은 어느 것 하나 법적, 제도적 영향을 받지 않는 경우가 없으며, 끊임없는 이해관계의 대립 속에서 분쟁을 해결해 줄 ‘중재자’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이 중재자는 자신을 요구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자에게만 즉 법률서비스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을 가진 자에게만 그 기능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경제적 약자들은 ‘돈이 없다’는 이유로 법률서비스의 분배로부터도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결국 지금의 법률서비스의 문제는 철저히 못 가진 자만의 문제인 것이다.

    어렸을 때, 만화영화나 우리의 가슴속을 따뜻하게 해주던 아름다운 이야기들 중에는 ‘정의’의 수호를 주제로 하는 것이 많았다. 가난하고 억울한 사람들 속에는 그들을 도와주고 억울함을 풀어주는 ‘정의’의 수호자가 있었고, 그 주인공을 보면서 우리도 주인공이 되길 꿈꾸면서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명제를 가슴에 소중히 담았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가난하고 억울한 사람은 ‘사법 정의’로부터 철저히 소외되는 경우가 더 많고, 그 주인공을 꿈꾸며 성장한 변호사일지라도 그 주인공처럼 되기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될 것이고, 더 나아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부르주아계급 속에서 권력 비호의 수족으로 직업적 소명을 다하고 마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현실과 동떨어져 헛된 꿈을 키우게 하는 만화영화 제작자를 ‘사기죄’로 고소해야 하는가? 아니면 그 내용을 현실에 맞게 전면적으로 수정해서 방영해야 하는가?

    이 두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웃을 것이다. 그렇다. 이것이 현실일지라도 위와 같은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바뀌어야 할 것이 현실임을 누구나 동의하기에.

    사건 의뢰인이라는 민중의 입장을 대변하여 법원의 판단을 보조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변호사는 국민의 이익을 내세워 자신의 사익을 추구하는 이익집단이 아니라 정의의 실현을 위해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모습을 다시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노력이 현실 속에서 이루어지기 않는다면, 법률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국민들과 법률서비스를 수행하려고 하는 법과대학생들, 그리고 법학을 둘러싼 생활을 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가능하도록 ‘개혁’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1. 재산 공개 파문은 그 동안 ‘신비화’되고 ‘성역’시 되어오던 사법부의 실체를 ‘분노와 불신’과 함께 각인시키는 구실을 함에 모자람이 없었다. 도덕성이나 청렴도에서 사회의 모범으로 기대되던 사법부의 고관들과 변호사들의 재산이 전체 공직자 중에서 최상위로 드러나면서, 부의 축적과정에 논란을 일으켰고 결국 김덕주 대법원장을 비롯한 10여명이 법복을 벗게 되었다. [본문으로]
    2. 최근 우리나라 국민의 법의식에 대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과반수가 법에 대해 부정적인 느낌을 갖고 있고, 법을 좋은 분쟁해결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법제연구원,『국민 법의식 조사연구-법치주의의 정착가능성 진단-』(1991). “귀하는 ‘법’이란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어떤 느낌을 갖게 됩니까?” 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32%가 권위적이다, 24. 7%가 편파적이라고 답하고 있다. 위의 책, 53쪽. “분쟁이 생겼을 때 ‘법적으로 해결합시다’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느낌을 갖게 되느냐”는 물음에 대하여 조사대상자의 49. 1%가 합리적이다 또는 바람직하다고 응답한 반면, 50. 8%가 몰인정하다 또는 불쾌하다고 응답하고 있다. 위의 책, 56-57쪽. [본문으로]
    3. 양기대ㆍ김정훈,「변호사 돈벌이 백태」,『신동아』, 1993. 10. [본문으로]
    4. 위의 글, 464∼465쪽. [본문으로]
    5. 오수근,「법무비용보험에 관한 연구」, 박사학위 청구논문(숭실대학교 대학원/1994). [본문으로]
    6. 박홍규,『사법의 민주화』, 역사비평사/1994, 29∼31쪽. [본문으로]
    7. 박홍규, 위의 책, 30쪽. [본문으로]
    8. 지난 81년부터 사법시험 합격자 수가 1년에 300명 선으로 증원되어 근래 변호사의 수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90년부터 다시 250-300명으로 하향 조정되었으며, 법조계에서는 이를 더 줄일 것을 주장하고 있다. 법원행정처의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응답자 중 판사의 75. 5%, 검사의 80. 5%, 변호사의 57. 3%가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200명 내외로 줄이자는 데 찬성하였다. [본문으로]
    9. 사법절차에서는 일반 국민의 재산은 물론 목숨까지도 의사결정의 대상이 되므로 법조문에 박식하고 논리력과 적용력 등을 고루 겸비한 인물들을 법조계만큼 필요로 하는 부문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몹시 어려운 자격시험을 거쳐 여과된 소수의 인물들에게만 법을 맡겨야 한다는 것이 정부수립 이후 우리나라 사법계의 인력등용책이었던 ‘소수정예’의 논리이다. [본문으로]
    10. 주5)의 조사에서, “법률 문제가 있을 때 누구에게 상의하였는가?”라는 질문에 32. 4%가 법무사에게, 22. 5%가 변호사에게, 45%정도가 법률가가 아닌 사람에게 문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변호사와 상의하지 않은 두번째 이유로 변호사가 작은 사건을 맡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답하였다. 민중들은 변호사가 큰 사건만, 더 정확히 말하면 돈이 될 만한 사건만을 맡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본문으로]
    11. 1992년 통계로 보면 우리나라 판사들은 일인당 1년동안 620건의 본안 판결을 하여야 한다. 일년내내 하루도 쉬지 않고, 하루에 두건씩 판결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통계는 평균치를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인구와 사건수가 집중되어 있는 대도시 법원의 판사들은 이것보다 훨씬 더 많은 판결을 해야 한다.『말』, 1994. 2. [본문으로]
    12. 형사소송법 제283조에는 사선변호인을 구하지 못한 피고인이 미성년자인 경우, 70세 이상의 고령인 경우, 농아자 및 심신장애의 의심이 있는 경우 등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임해야 하는 사유를 지정해 두고 있으며, 빈곤 등의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한 경우에는 각 지방법원에서 선임 신청 서류를 작성하여 법원에 국선변호인 선임을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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