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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목사님의 글을 읽고
    Essay 2004. 7. 5. 07:03

    * 이 글은 종아리님(http://www.mediamob.co.kr/kjijesus)이 올리신 <서울은 봉헌될 만한 제물인가?>를 읽고 쓴 글입니다.

    목사님의 말씀처럼, 문익환 목사님 같은 분이 종교를 떠나 존경받는 이유는 희생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분의 희생이 ‘사랑’의 이름으로 진정 아름답게 다가오는 것은 그 희생이 바로 ‘약한 자를 위한’ 희생이었기 때문입니다. 문익환 목사님에게 있어 약한 자는 이 땅의 억압받는 민족이었고 민중이었으며 그 분은 이들에게 기독교의 ‘십자가 사랑’을 온몸으로 보여주었기에, 저 같은 녀석의 마음속에도 감동과 가르침으로 남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종교라는 것이 이처럼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온 마음과 온 몸으로 하는 것이 종교라고 생각합니다. 문익환 목사님 같은 분의 그런 숭고한 실천의 모습을 잘 알기에 불교에 가까운 제게도 기독교의 사랑, 예수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그 사랑의 거룩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입니다. 기독교인들은 종종 교회에 나가고 여러 가지 행사에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헌신적인 종교활동이라고 여기는 것 같으나 실상 그런 헌신과 진정한 사랑의 실천은 천국과 지옥만큼이나 거리가 먼 것이라 생각 합니다.  교회라는 조직과 그 활동에 헌신적이라고 할 수는 있어도 그것이 곧 사랑의 실천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한국의 기독교, 아니 개신교가 처한 현실은 매우 고약합니다. 목사님께서도 ‘죽어가고 있다’고 하시면서 아프게 말씀하셨지만, 실상은 이미 죽은 지 오래여서 썩은 내가 진동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후죽순처럼 피어 있는, 그러면서 가장 으리으리하고 삐까번쩍한 개신교 교회들을 보면 이미 종교가 아니라 그냥 ‘세금혜택 받는 사업’으로 보일 뿐입니다.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나 그들이 몸으로 보여주는 행동에는 예수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것과 같은 사랑은 조금도 찾아 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종교의 이름으로 벌어지는 병폐는 비단 개신교에만 있는 것은 아니나, 거룩함으로 포장된 돈벌이, 권세 있는 자의 위선적인 인간관계를 위한 썩은 냄새는 개신교에서 가장 진동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개신교 자체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개신교를 믿는다고 하는 자들에 의해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이명박 장로 같은 사람은 어떠한가를 생각해 보면, 제가 그의 종교활동을 잘 아는 것은 아니므로 쉽게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그가 종교활동에 열성적이라는 말은 들었어도 진정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약한 자들의 편에서 무엇을 했다는 말은 들어 본 바가 없습니다. 시장이 되기 전부터 이미 강남의 돈 많은 자들의 편에서나 일을 할 것이라는 말은 들어보았으나, 시장이 되고 나서 화려한 서울시 뒷골목의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하여 무엇을 했다는 말을 들어 본 바가 없습니다. 목사님의 말씀처럼 하나님께 자기희생을 바치려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를 바치겠다고 하는 그의 마음가짐과 모습에서 단지 ‘종교인’이라는 가면을 좋아하는 성공한 사업가이자 위선적인 정치인의 모습을 볼 뿐입니다.

    그의 진면목이 이러하다면 그에게는 그저 듣기에 좋은 설득이나 가르침은 소용없는 일일 것입니다. 외람되지만, 목사님께서 진심으로 하고 계시는 설득이나 가르침으로 그를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것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일 것입니다. 종교적인 것이든 세속적인 것이든 그에게는 응당 ‘심판’이 필요합니다. 스스로 깨우치고 뉘우치지 않으므로 심판 밖에는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의 개신교에서 그런 심판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의 잘못된 신앙에 분노하는 개신교도들도 역시 많이 있으나, 그보다는 스스로 몰입해 있는 그 ‘헌신적인 종교활동’만으로도 그의 잘못을 덜어주며 덮어두고자 하는 사람들 역시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종교적 심판은 시민들이 하고자 하는 심판과 일치하지 않는 것만 같습니다. 다만 ‘믿지 않는 자’를 심판하려는 마음만이 있고 믿는다고 하는 자 가운데 거짓된 자를 심판할 마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 보수적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저로서는 개신교에서 목사님과 같은 깨어 있는 분의 말씀을 듣기가 정말 어려운 일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 스스로 좁은 마음으로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으나, 어떤 것이 진실한 믿음인가, 믿음은 진정 어떠해야 하는가를 끊임없이 반성하고 실천하지 않는 그런 종교는 마르크스의 말대로 ‘사회적 기생충’에 불과하다고 믿습니다.

    문익환 목사님께서 살아계셨다면 어떻게 하셨을지 생각해 봅니다. 그분은 여전히 거리에서, 가난하고 억압받는 자들이 모인 그 속에서 십자가를 지고 나가셨을 겁니다. 약한 자를 돌보지 않고 시민에게 짐을 지우는 서울시장 이명박을 심판하는 일에 앞장 서 계셨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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