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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르쿠크 원유개발권 약속은 '반가운' 약속인가?
    국제법학/국제분쟁ㆍ전쟁 2007. 3. 8. 02:19

    이라크 북부 아르빌의 쿠르드 자치정부가 우리나라에 대해 키르쿠크(Kirkuk 또는 Karkuk) 지역 두 세 곳의 원유개발권을 약속했다고 한다. SBS 8시 뉴스는 얼마 전 파병지역인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장병이 희생되는 소식이 있었지만, 다른 파병지역인 이라크에서는 '반가운 소식'이 있다고 하면서 이 소식을 전했다. 이번 원유개발권 약속이 그동안 한국 정부와 자이툰 부대가 쿠르드족에 대해 보여 준 성의와 노력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나온 이라크 쿠르드족 자치정부의 우호적인 배려라고 생각한다면 '반가운 소식'임에는 틀림 없다. 중동지역에서 원유개발권 얻기가 그렇게 쉬운 일도 아닐 터이니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로서는 더욱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이렇듯 그 약속이 '반가운 소식'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곧 바로 축배를 들 수 있는 그런 일도 아니다. 우선 내가 알기로 키르쿠크 지역은 아직 쿠르드 자치정부의 완전한 관할지역이 아니다. 올해 연말쯤 쿠르드 자치지역 편입을 위한 투표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키르쿠크 지역이 일종의 '화약고'로서 갈등과 분쟁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오래 전부터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최근 들어서 그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 지도 모를 정도로 현실화 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키르쿠크 지역을 둘러싼 분쟁의 씨앗은 이라크 안팎에서 움트고 있다. 이라크 국내적으로는 아랍족인 수니파나 시아파 어느 쪽에도 융화되지 않고 후세인 통치시절부터 '이민족' 취급을 받아 온 쿠르드족이 막대한 석유자원이 묻힌 키르쿠크 지역을 편입시키려고 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으려는 세력들이 있다. 쿠르드족은 현재로서는 이라크에 속해있지만 '독립국가의 꿈'을 버리지 않은 상태이므로 수니파, 시아파, 쿠르드족이 얽힌 복잡한 갈등을 접어두더라도 이것만으로 충분한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다(만약 이라크가 내전상황으로 발전한다면 이 지역은 최대의 전쟁터가 될 수밖에 없다).

    이라크 국외적으로도 대단히 심각한 문제가 있다. 쿠르드족은 비단 이라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국인 터키, 시리아, 이란 등에 대단히 넓게 분포하고 있는데, 이 주변국들이 키르쿠크를 편입시키기 위한 쿠르드 자치정부의 움직임을 대단히 민감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키르쿠크 지역에 매장된 막대한 석유자원은 쿠르드 독립국가 건설의 든든한 자금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그동안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터키, 시리아, 이란 등이 공동의 문제의식을 갖고 회담을 하는 일까지 벌어졌고, 특히 터키는 (터키 국내적으로도 쿠르드족과의 갈등이 심각하지만) '키르쿠크 문제는 이라크의 내정에 관한 사항'이라고 밝힌 미국의 견해에도 불구하고 쿠르드 지방정부가 키르쿠크를 편입할 시에 공격을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런 지역에서 '원유개발권 약속'이라는 것이 반갑기만 할 수는 없다. 어떻게든 우리가 이 지역에서 원유개발권을 얻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도 사태가 어떻게 흘러 갈 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심각한 분쟁 예상지역인 것이다. 어떤 전문가는 팔레스타인 지역보다 이 지역이 훨씬 더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사실 한국이 아르빌로 파병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주장이 있었다. 막대한 석유자원을 그냥 둘 리 없는 미국이 독립을 열망하는 쿠르드 지방정부를 지원하면서 이 지역을 통제하기 위해 말 잘듣는 동맹국인 한국군을 대신 박아 놓았다는 주장이다. 이라크가 내전상황으로 치닫는 것을 미국이 바라든 바라지 않든 쿠르디스탄 지역과 키르쿠크를 자신들의 의도에 맞게 적절히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은 미국으로서는 '이라크 전쟁의 진짜 목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매우 중요한 사항일 것이다.

    여하간 SBS 8시 뉴스가 전하는 것처럼 키르쿠크 지역 원유개발권 약속이 무작정 '반가운 일'이라고 생각하기만 한다면 그것처럼 한심한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은 언제 터질 지 모를 분쟁지역에 직간접적으로 휘말릴 수 있는 전초적 위치에 놓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문제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몇년 전 파병 때보다도 더욱 심각한 상황의 당사국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갈등은 키르쿠크 지역의 쿠르드 정부 편입을 위한 주민투표가 있는 올해 있게 될 가능성이 크다. 확정된 바는 없지만 자이툰 부대의 철군을 올해로 예정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정세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 또한 상황에 따라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이 좋을 것인지 아직은 솔직히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이 '진짜' 전쟁 당사국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대책 없는 '국익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겠지만, 석유고 나발이고 그 일만은 피해야 한다. 그때는 반드시 '국익을 외치는 사람'을 모아 미군에 편입시키는 방식으로 그 사람들을 파병해야 한다. 전쟁으로 돌아 올 석유이권은 그들이 다 가지라고 하고 말이다.

    재미(?) 있는 것은 터키와 쿠르드, 그리고 우리의 관계일 것이다. 잘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터키와 쿠르드는 매우 심각하게 대립해 왔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한국전쟁 때 파병해 준 것 등을 이유로 터키를 '형제국가'라고 인식한다. 자이툰 부대가 파병 될 때에도 반기문 당시 외교부 장관이 (쿠르드족과 갈등관계에 있는) 터키에 양해를 구하는 일까지 있었다. 하지만, 한국전쟁 당시 파병된 터키군의 70~80%가 터키에 거주하는 쿠르드족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이툰 부대는 실제로 쿠르드 주민들과 함께 용인 김량장리 전투의 승리를 기념하는 행사를 갖기도 했다. 여하간 터키의 이름으로 파병되었지만, 실제로 우리 땅에서 피를 흘린 것은 터키 내에서 핍박받으며 어렵게 살아 온 쿠르드족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심정적으로는 쿠르드족을 적극 돕고 싶지만 그렇게 되면 터키와 등을 돌리는 일을 피할 수가 없다. 한편 우리가 터키를 돕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것은 미국의 이익에 맞지 않는 일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물론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러니 정말 석유에 눈이 멀었다면 모를까 개입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터키든 쿠르드족이든 전쟁을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인도적 지원을 하는 것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대한민국 헌법이 천명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점을 상기해야만 할 것이다.

    터키와 쿠르드 문제에 관하여 소위 '국익'에 밝은 사람들의 견해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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