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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등록 이주자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
    특수주제/미등록 이주자 2007.02.05 11:18


    미등록 이주자(불법체류자)에 관한 문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이나 주장을 접할 때마다 느껴지는 가장 큰 아쉬움은 그들에게서 ‘균형적 사고’가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모든 사회문제의 해결이 그렇듯이 이 문제에 있어서도 균형적 사고를 통한 올바른 접근이 있어야 한다.

    경제발전과 더불어 우리 사회에서도 불거지고 있는 미등록 이주자 문제도 절대적으로 ‘옹호’ 될 수 있는 것이 아닌 동시에 절대적으로 ‘배척’ 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사람들이 갖는 인식은 ‘오로지 배척해야 한다’는 인식이 너무나 많다.

    ‘균형적 사고의 결여’와 함께 ‘잘못된 지식’의 전파는 상호작용을 하면서 사람들의 인식을 더욱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이끌어 간다.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이라는 것은 그들의 인식이 문제의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잘못된 지식으로 인해 균형적 사고를 하지 못하고, 균형적 사고가 없어 법질서에 관한 기본사항들조차 왜곡하는 일을 되풀이 할 뿐이다. ‘불법체류자에게는 단속과 처벌, 강제추방 조치만이 있을 뿐 어떤 권리도 인정할 수 없다’는 생각은 이런 불행한 사고과정의 안타까운 결과물이다.

    균형적 사고의 필요성을 느껴보기 위해 다음과 같은 생각을 음미해 보자.


    “미등록 이주자를 법적 권리(보호) 없이 방치하는 것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악덕 고용주의 책임을 줄어들게 할 것이고, 그들이 재정적 이득을 얻기 위해 미등록 이주자를 고용하는 일을 더욱 부추기게 할 것이다.”

    - 뉴욕 주 최고법원 빅토리아 그라페오 판사

    “Leaving undocumented immigrants without legal rights would lessen the unscrupulous employer's potential liability to its alien workers and make it more financially attractive to hire undocumented aliens”

    - Hon. Victoria A. Graffeo, Judge of the State of New York Court of Appeals.


    사람들은 ‘불법체류자들이 일으키는 문제’를 열거하며 그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내쫓는 방법만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강제추방’ 이외에 그들에 대한 어떤 권리도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런 ‘열악한 상황에 놓인’ 불법체류자가 있으면 그들을 고용해서 이득을 보려는 고용주도 많아져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한편, 위와 같은 판단과 함께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해 체불임금 지급과 손해배상 명령을 내린 뉴욕 주 최고법원의 결정에 대해 엘리엇 스핏처(Eliot Spitzer) 검찰총장은 “불법체류자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인정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들을 고용한 후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을 부채질하게 된다.”고 하면서 최고법원의 판결을 환영했다.

    미국의 경우 미등록 이주자들에 대한 태도는 주마다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뉴욕 주의 위와 같은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 주도 물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느끼게 되는 바는, 미등록 이주자 문제의 해결방법이 오직 ‘어떤 권리도 인정하지 않고 강제추방 하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불어 그러한 생각이 오히려 사회문제를 점점 악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사회에서 이 같은 생각은 대단히 현실적인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예를 들면 ‘LA 흑인폭동’ 사건에서 피해를 입은 재미교포들이 그 사건에서 교훈을 얻은 것은 비록 범죄를 자주 일으키는 집단이거나 불법이민자 집단이라 하더라도 그들을 배척하기만 하면 오히려 갈등이 심화될 뿐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후 교포사회에서는 이들과 협력하고 융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미국의 사정이 우리와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들의 생각이 우리의 현실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필요했던 것처럼, 우리에게도 ‘균형적 사고’는 반드시 필요하다.

    미등록 이주자 문제에 있어 사람들이 인식의 오류를 범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불법체류’라는 말 때문이다. ‘불법체류’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표현으로 인해 사람들이 너무나 단순하게 미등록 이주자의 모든 것을 ‘불법 또는 범죄’인 것으로 간주해 버린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것이 정의라고 믿고 법적으로도 그러한 판단이 내려지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그처럼 단순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미국의 이민정책은 나름의 변화를 겪어 왔는데, 불법이민자들을 포용하기 위한 1986년의 이민개혁법(Immigration Reform and Control Act)에는 다음과 같은 조항이 포함되었다고 한다.


    "불법 이민자가 미국에서 일하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


    이 조항의 법적 의미를 정확히 아는 것은 아니므로,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그 바탕에 깔린 인식만을 음미해 본다면, 비록 ‘불법체류자’라고 하더라도 그가 일한 것은 결코 ‘범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정확히 우리 대법원이 갖고 있는 인식이기도 하다. 미등록 이주자, 불법체류자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열심히 일한 것까지 범죄가 되거나 당연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불법체류자이지만, 일을 했으므로 당연히 임금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일을 하다가 다쳤으므로 적절한 치료와 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정의롭지 않다고 한다면, ‘불법체류자’라는 약점을 이용해 노예처럼 일만 부려먹고 결국에는 내쫓아 버리는 악덕한 사용자들의 행위가 정상적이고 올바르며 정의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의미 밖에는 되지 않는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우리나라 법원은 그것이 정의롭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미등록 이주자의 문제를 다른 차원에서 살펴보자. 사람들이 ‘불법체류자의 문제’가 정말 강력한 조치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 방법은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과 강제추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 미국이 시도하려고 했던 것처럼 불법체류자 뿐만이 아니라 그들을 고용한 사용자도 ‘중범죄’로 다스리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불법체류자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만 있을 뿐 이들을 고용해서 경제활동을 하는 내국인에 대해서도 똑같이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은 없다. 만약 이들 내국인들에 대해서도 강력한 단속과 처벌을 실시한다면 아무도 불법체류자를 고용하지 않을 것이므로 그것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을 텐데 말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 경제의 상황이나 구조가 합법체류자이건 불법체류자이건 외국인 노동자의 인력을 어느 정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들 모두가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들을 통해서 이익을 얻는 내국인들이 있다는 것이다.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으니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은 계속할지언정 미국처럼 그들을 고용해 사업을 하는 자들까지 강력하게 처벌하겠다고 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무조건 불법체류자를 단속하고 추방하자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을까? 비록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지만 미국의 1986년 이민개혁법처럼 우리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조건들을 마련해 그들 가운데 그 조건을 성실하게 충족하는 사람들을 포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그것도 정도가 있는 것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에게도 ‘미등록 이주자에 대한 유화정책’은 언젠가 꼭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중요한 것은 그들이 ‘불법체류자’라고 해서 그들의 존재 자체가 불법이라거나 그들이 하는 모든 것이 불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책적 판단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비록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호한 정책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지라도 이 점만큼은 인정을 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이 ‘야만국가’가 되지 않는 것이고, 그들이 바라는 ‘단호한 법적 조치’도 강한 설득력을 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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