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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한 소견
    헌법학/기본권론 2007. 9. 28. 17:36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한 소견


    2006. 3. 12.

    김수권

    (인하대 민주법학연구회 회원)


     한국 현대사에서 ‘민주화 과정’은 하나의 특징으로 자리하고 있는 만큼, 한국의 인권상황도 반드시 ‘민주화’라는 틀에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인권은 민주화를 위한 투쟁과정을 통해 확보되고 증진되었으며, 때로는 인권투쟁이 민주화를 촉진하거나 완성하는 의미를 가졌다. 이렇듯 오랜 민주화 과정을 통해 얻었던 하나의 중요한 성과였던 동시에 전환점이었던 사건을 들자면, 무엇보다 50년만의 정권교체를 들 수 있다. 그것은 이전까지 지배의 대상이기만 했던 억압된 상태의 국민이 주권자의 지위를 되찾아 새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된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현대사의 한 획을 긋는 50년만의 정권교체가 독재권력에 대한 커다란 승리를 의미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곧바로 인권상황의 획기적 개선이나 민주화의 완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을 통해 민주화의 완성이라는 과제가 새롭게 던져지게 되었고, 그러한 맥락에서 인권운동 역시 본격적으로 전개되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반대로 ‘행정권력’의 핵심을 빼앗긴 반인권적 기득권 세력으로서는 향후 진행될 사회개혁 과정을 어떻게든 틀어막아 자신들의 입장에 유리하도록 완화, 지연시켜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첨예한 대결구도는 국가인권위원회 설치를 위한 입법과정, 국가보안법 개폐문제 등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한편 수년 간에 걸친 싸움 끝에 일종의 중재적, 타협적 성격을 띠며 등장한 국가인권위원회는 비판과 기대를 동시에 지닌 채 출범했던 만큼, 역시 한계와 성과를 동시에 드러내며 활동하고 있다.

     국민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며 인권상황의 개선은 이루어졌고, 그 가운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긍정적 변화도 많이 있었다. 특히 자유권에 있어서는 많은 신장이 이루어졌다고 본다. 그러나 이 같은 자유권의 신장은 통제를 전혀 받지 않는 폭압적인 국가권력이 사라지게 된 반사효과적인 측면이 없지 않다. 문제는 독재권력 하에서 일상적으로 자행되었던 물리적 폭력과 억압은 사라졌지만, 국가보안법과 같은 안보법체제의 핵심법률이 여전히 존재하고, 그밖에 구금시설 등에서는 아직도 군사독재권력 통치의 잔재라고 할 수 있는 각종의 제도와 관행들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활동이나 여러 인권단체들의 노력에 의해 개선될 여지가 있지만, 전자의 경우는 기득권 세력의 저항에 부딪혀 해결을 위해서는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

     자유권에 비하면 사회권의 개선은 그다지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오히려 악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세계적 확산과 국민정부 출범 직전부터 닥쳐왔던 경제위기는 노동자, 농민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을 가혹한 상황으로 내몰았고, 동시에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만한 제도적 장치들의 도입은 위축되었다. 고용형태를 빌미로 헌법상 보장된 노동기본권을 제한하려고 하는, 국제노동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은 대표적인 예이다. 그밖에도 장애인 인권과 같이 사회적 소수자들이 갖는 인권의 의미가 새롭게 부각되기는 했지만, 이들에 대한 인권보장은 경제논리와 사회적 편견 속에서 무시되거나 유보되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나아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사회보장의 의미를 갖는 사회권 확장에는 조세정의의 확립과 예산의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정책도 미흡한 실정이다.

     한편, 자유권이나 사회권 보장과는 다른 차원의 인권문제가 존재하는데 바로 ‘과거청산’의 문제이다. 특히 국가범죄에 의한 인권침해가 많았던 우리의 경우 과거청산의 문제는 곧 ‘민주화의 완성을 위한 과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대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과거청산은 단순히 과거에 있었던 일을 정리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는 '진상규명, 사법처리, 명예회복, 피해배상, 정신계승'이라는 과거청산의 원칙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그것은 인권보장의 시대로 나아가려는 우리의 현재상황은 물론 미래의 인권보장과도 결부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진정한 의미의 과거청산이 없다면 현재와 미래의 인권보장도 장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국민정부와 참여정부의 경험은 인권문제에 있어 민주적인 권력이 갖는 중요성을 새삼 확인시켜 주었다. “권력의 민주화 없이 기본권 보장은 실현될 수 없다”는 어느 헌법학자의 말처럼 민주적 통치구조 없이는 과거청산이나 인권증진은 생각할 수 없다. 권력의 민주화가 인권보장과는 직접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인권보장의 가장 큰 전제가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지면서도 그 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가장 부족한 헌법재판소와 사법부를 어느 때보다 더 주시할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나 사법부 이외에도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관료집단의 반인권적 저항이 거셌던 만큼, 권력의 민주화는 여전히 우리 사회 인권상황을 개선하고 증진하는데 전제가 된다. 아울러 한국사회에서는 국가권력 뿐만 아니라 재벌권력, 언론권력과 같은 사회권력이 인권상황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에 대한 개혁은 민주화의 과제인 동시에 인권보장과 증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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