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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의 보편화(세계화) 현상



인권의 보편화(세계화) 현상


* 이 글은 인하대학교 법과대학 국순옥 교수님(현 명예교수)의
 1997년 2학기 '민주주의와 기본적 인권' 강의의 일부분을 정리한 것임.





인권사상은 본래 서구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동양의 전통적인 '덕치사상'에서 인권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을 찾기는 어렵다. 더욱이 세계 제2차대전 이전까지 서양과 동양은 지배-피지배관계에 놓임으로써 물리적 폭력에 의한 직접지배의 객체였던 동양의 '식민지' 국가는 '인권관념'을 이야기할 아무런 역사적 소재가 없었다.
 
이후 지배의 방식이 '직접지배'에서 식민지 사회에 토착정부를 수립하여 막후 조정하는 '간접지배'의 방식으로 전환되었지만, 이러한 '신식민지' 국가에 대한 인권탄압은 직접지배의 식민지 시대보다 더 엄혹했다(예를 들면 베트남, 필리핀, 남미에서의 인권탄압).  따라서 인권이 헌법에 규정되어 있더라도 토착정부를 매개로 한  간접지배로 인해 인권탄압이 자행된다면 인권문제는 헌법만의 문제가 아닌 세계적 차원에서 구상해야 될 문제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60~70년대에는 외국자본이 값싼 노동력을 착취하였지만, 80~90년대에 외국정부와 노조는 노동3권을 제대로 보장하라는 요구를 하며 역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같은 역압력은 한국의 값싼 임금에 따른 미국의 실업증가를 해소하기 위하여 한국의 경쟁력을 저하시키기 위한 압력이다.
 
80~90년대에 우리는 이처럼 외국의 직간접적인 지배의 희생양이 되어 왔지만 인권보장의 측면에서는 역으로 선진국화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를 '인권의 세계화 현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우리 스스로 주도한 것이 아니라 타율적으로 인도되었다는 측면에서는 역시 선진자본주의국가의 지배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를 '인권의 부메랑 효과'라고 하며 제2차 세계대전이후 지속되어 왔다.


(1) 국제연합 인권선언

국제연합 인권선언의 작성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전후 승전국은 적대적 관계로 분열하여 인류의 보편적인 권리규정이-기술적으로도-어렵게 되었다. 사회주의 국가에는 자유권의 관념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사회권에 대해서는 근로대중을 포함한 모든 인민의 생존, 생활을 보장하려는 사회주의 체제와 '보충성의 원칙'을 강조하는 자본주의국가간의 첨예한 대립이 있었다. 다시말해 이념상의 차이로 인하여 엄청난 격돌이 있었으며 결국 자유권, 정치적 권리, 참정권에 관한 권리를 작성하였지만 모든 가맹국들에게 준수를 요하는, 즉 구속하는 것이 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 선언은 인권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으며, 이는 역사적인 진전이라고 볼 수 있다.


(2) 유럽에서의 인권

인권의 역사는 곧 유럽(동구권을 제외한 서독의 이남, 이서를 지칭함) 인권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1950년대 '유럽인권규약'은 주로 자유권을 중심으로 규정되었는데, 법적 구속력을 확보하려는 인식하에 만들어져 구속력이 강하였다. '유럽사회헌장'은 사회적 생존, 생활(사회권)에 관한 규정으로서 경제, 재정능력의 차이로 국가마다 상황이 다르므로 재량의 여지를 마련하여 제정되었다. 또한 프랑스에 인권재판소가 설치되어 규약위반국가에 대한 권리구제의 방안을 마련하였다. 인권보장의 역사는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개화되었다.


(3) 제3세계에서의 인권

세계의 양극화에 따라 자본주의국가를 제1세계라 하며, 신생사회주의국가를 제2세계, 여타 국가를 제3세계라 지칭하는데, 제3세계의 국가는 과거 식민지 상태에서 간신히 독립을 쟁취한 국가들이다. 제3세계는 인권보장의 전통을 결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인권선언이 구속력이 없었기 때문에 인권을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경제적 자립이 급선무이었으므로 외국의 지나친 간섭을 배제하려는 데 역점을 두었으며, 그 결과 경제적 자립은 어느 정도 성취하였으나 인권문제가 대두되게 되었다. 여기서 인권상황을 검토하여 헌법해석에 도입할 필요성이 생긴다.


(4) 기본권 해석에 관한 발상전환의 필요성

오늘날 경제적 국경은 없어져 가고 있다. 따라서 외국인(외국자본)의 토지취득제한과 같은 소유권의 제한은 국제적인 마찰의 소지가 있으며, 반면에 자본, 기술, 능력이 월등한 사람들만의 직업선택의 자유는 비난과 공격의 우려가 있게 된다.
 
상호주의 원칙을 도입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보완할 수 있는 체제, 제도의 필요성과 기본권을 창조적으로 해석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90년대 이전까지도 많은 진보적인 학자들은 특수성의 관점에서 인권의 보편성에 관한 주장을 부르주아적 관점이라 하여 매우 심한 거부반응을 일으켜 왔으나 현실사회주의의 몰락은 발상을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사회보장체계에 있어서 아직 배울 점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자유권과 관련된 보편성을 부정하여 붕괴되어 버렸다. 이제는 인권의 보편성을 고민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하였다. 인권의 체계적, 구조적 정립은 각 사회가 떠 맡은 역사적 과제이며, 이에는 타율적으로 들어 온 문화를 수호하려는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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