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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DT의 활약과 소방관의 허무한 죽음Essay 2011. 1. 24. 11:54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선원들을 구해낸 해군 UDT 대원들의 활약은 많은 국민들이 가슴 뿌듯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군사작전에 대한 일부의 우려와 정치적 이유에 따른 싸늘한 평가도 없지 않지만, 이번 구출작전은 정부와 군에 대한 신뢰는 물론 국민들에게 국가에 대한 큰 자부심을 안겨주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이런 감동과 자부심을 무색하게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사용연한이 넘은 사다리차로 대민 지원업무에 나선 소방관이 순직하고 크게 다친 일이다.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두 사건을 비교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특수부대원과 소방대원은 위험을 무릅쓰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훈련의 강도나 실전에서 총격전 등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특수부대원의 임무를 더 위험한 것으로 여기게 할 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소방대원에게 노출된 위험이 특수부대원보다 덜하거나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생명을 구한다는 점에서 두 임무는 국민과 사회로부터 똑같이 존경받아 마땅하고 정부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지만, 현실은 너무나 큰 차이가 난다.
언론은 이번 구출작전의 성공적인 수행을 연일 보도하면서 UDT 대원들의 혹독한 훈련과 최강의 전투능력을 소개했고, 그들이 사용하는 무기와 장비의 우수한 성능에 대한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소방대원의 낡은 구조구급 장비와 차량은 예산부족이라는 이유로 방치된 채 제발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만을 빌고 있을 뿐이다. 그 실상은 말할 것도 없이 언젠가 비극적인 사고가 터지기만을 기다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만약 UDT 대원의 작전에 사용되는 특수사다리가 노후화로 끊어져 피랍선박에 오르다 대원들이 바다에 빠져버렸다면 작전의 실패와 부대원의 안전은 물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국가적인 대망신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낡은 사다리차가 추락해 소방대원이 죽거나 다친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은 바로 그런 경우와 전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소방대원의 허무한 죽음을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쯤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
특수부대원들의 활약에 국가적 자부심이 충만한 때이지만, 동시에 우리는 소방관의 허무한 죽음에 참을 수 없는 국가적 수치심을 느껴야 마땅하다. 도대체 어떤 '선진국'에서 이와 같은 일들이 벌어지겠는가 말이다.
UDT 대원들의 너무나 자랑스러운 성공적인 작전수행을 깎아 내릴 의도는 전혀 없다.
다만 소방관의 임무도 UDT의 임무만큼 중요한 것이고 성공적인 임무수행을 위해 충분한 지원을 받는 것이 매우 당연하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지적되는 소방관의 열악한 처우와 복지문제는 둘째치고, 최소한 '안전'을 보장해 줄 수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정치권도 이런 문제에는 여야나 보수, 진보를 가릴 이유가 전혀 없다. 가장 기본적인 것도 해결하지 못한다면 보수, 진보를 자처할 자격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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