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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티스토리 단상
    Tistory 2007. 9. 23. 10:08

    티스토리에서 선물을 미끼로 블로거들의 '티스토리에 관한 글'과 '티스토리에 대한 관심'을 낚고 있다. 정말 이런 식의 글쓰기는 하고 싶지 않지만, 어느새 절개(?)를 지키기보다 제발 낚이고 싶은 마음으로 미끼를 덥썩 물고야 말았다..-_-; 부디 내가 낚이기를 바라면서 한편으로는 그동안의 블로그 활동도 정리해 보고 티스토리에 대한 느낌을 적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여긴다.

    PC통신 시절부터 인터넷 공간에 글쓰기를 하면서 그동안 참 많은 공간을 전전하면서 다녔다. 이미지나 디자인(말하자면 '겉으로 보이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졌던 '홈페이지'가 유행했던 시기는 텍스트 중심의 PC통신 시절을 참 그립게 했던 기억이 난다. 사람들의 유대관계나 소통의 정도는 확실히 PC통신 시절이 더 끈끈하고 두터웠다. 그리고 그것을 중요하게 여겼던 사람들에게 인터넷의 새로운 시대는 '해체' 또는 '이별'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개인 홈페이지나 무슨무슨 카페 같은 모임을 넘어 '블로그'라는 이름의 서비스가 등장했을 때는 여러 모로 장점을 느낄 수가 있었다.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는 홈페이지만큼 유용하면서도 잘만 하면 의미 있는 소통의 기회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오직 블로그만이 이런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블로그는 가장 편리하면서 기능을 효과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는 수단이었다. 나 역시 자연스럽게 블로그에 빠져 들었다.

    그러나 서비스형 블로그는 한계가 너무 뚜렷했다. '글'이라는 '내용'을 빼면 너무나 획일적이었고 개인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사람들은 인터넷 공간에서도 자기의 집을 꾸미고 자기가 글을 쓰는 데 있어 편안한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데, 서비스형 블로그는 마치 살림살이까지 똑같이 주어진 '아파트'처럼 갑갑한 것이었다. PC통신처럼 순전히 '글'로만 채워지는 것이라면 차라리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텐데 '디자인'이나 '기능'에 대한 가능성이 무한한데도 이를 구현하지 못한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이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한계들은 거의 모든 서비스형 블로그가 안고 있는 문제였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그나마 소통의 기회를 중점적으로 열어주는 블로그 서비스를 선택하게 되었다. 바로 미디어몹 같은 곳이다. 미디어몹을 몇년간 하면서 소통의 즐거움을 느끼고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지만 "나에게 맞는 블로그", "내가 선택한 블로그"에 대한 욕구 때문에 시작하게 된 것이 설치형 블로그인 "태터툴즈"였다.

    설치형 블로그의 장점은 정확히 서비스형 블로그의 단점이었다. 몇몇 설치형 블로그는 저마다 나름의 매력이 있었지만, 태터툴즈가 매력적이었던 것은 '한글'이라는 것과 태터툴즈에서만 볼 수 있는 여러가지 독특한 기능이었다. 그러나 소통의 기회를 극대화시킨 미디어몹과 같은 서비스형 블로그의 장점은 설치형 블로그의 단점이라는 것도 느껴야만 했다. 미디어몹을 떠나 태터툴즈를 시작했을 때 처음에는 그나마 괜찮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외로움'을 느껴야만 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소통의 기회를 얻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소통의 기회란 가끔 올려지는 댓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자기의 글이 곧바로 다양한 의견으로 되돌아 오는 것, 지속되는 관계, 문제의식의 공유나 토론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저런 만족과 불만족으로 느끼는 가운데 티스토리를 만났다. 티스토리를 선택한 가장 결정적인 동기는 블로그 환경이 '제공'된다는 점에서는 서비스형이면서도, 태터툴즈로 구현되어 사용자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점에서는 설치형과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서비스형과 설치형 각각의 단점을 극복하면서 장점만을 결합한 형태였기 때문이다. 그밖에 블로그 주소 외에는(선택에 따라서는 주소조차도) '티스토리'임을 내걸지 않아도 될 정도로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 제공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물론 티스토리가 완전히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사람에 따라서는 마음에 안들어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나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최소한 "사용자 중심의 기능구현과 서비스 제공"이라는 원칙이 실현되고 있다는 믿음이었다. (만약 이 원칙의 실현이 유보되거나 변경 된다면 나는 역시 티스토리를 떠날 지도 모른다.)

    2006년  9월 17일 처음 블로그를 개설하였으니 티스토리에 머문 지 1년이 되었다. 티스토리에 대한 그동안의 느낌을 말하자면 나는 꽤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대만족'이다. 다른 서비스를 이용했을 때 개편을 한다고 하면서도 막상 열어 보면 안하느니만도 못한 결과에 정말 실망에 실망을 거듭했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티스토리는 고마움을 전하고 싶을 정도로 의미있고 만족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었다. 그걸 아무 조건 없이 무상으로 누리고 있으니 고맙지 않은가. 그러나 나 역시 냉정한 사용자 중에 한 사람이다. 또한 아무 것도 지불하는 것은 없지만 티스토리에 요구하고 싶은게 많은 사용자이기도 하다.

    그런 까칠한 사용자로서, 티스토리에 대해 꼭 요구하고 싶은 것은 앞서 말했던 바와 같이 '사용자 중심의 원칙'을 반드시 고수해 달라는 것이다. 티스토리가 아니라 뭐가 됐든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을 수 있는 길은 그것 밖에는 없다. 그것만 지켜준다면 티스토리를 인정하는 사람들이 실망하며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좀더 구체적인 과제 하나를 언급하자면, 티스토리는 아직 사용자간의 연계성이 매우 약하다. 미디어몹과 같은 언론의 형태를 갖는 서비스가 아니므로 제약이 많겠지만 그것이 티스토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인 것만은 분명하다. 개인적으로는 '팀블로그'의 제약이 좀더 완화된다거나 없어진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사람을 모으고 그들간의 유대관계를 활성화시키는 데에는 '단체'나 '집단'을 위한 서비스가 꼭 있어야만 한다. 어떤 조건을 정하여 아예 단체를 위한 블로그를 제공해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말하자면 '티스토리형 카페' 같은 것 말이다. 지금도 만족은 하지만 티스토리가 끊임 없이 발전해 나가기를 바란다.

    포털사이트의 서비스형 블로그 때문에 아직 '한국의 대표 블로그 서비스'라고 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만, 그 정신과 노력과 서비스 수준만큼은 단연 티스토리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물론 선물이나 받자고 괜히 하는 말이 아니다. 어차피 추첨일테니 좋은 말 해봤자 소용도 없지만, 혹시 티스토리 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알고 계시는 분은 말씀해 달라. 봐서 좋으면 옮길 준비가 언제든 되어 있다. 사람들마다 편차는 있지만, 적어도 나 같이 까다로운 인간이 쓰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티스토리가 좋다는 방증이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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