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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수호를 위한 광신적 신앙


[주장]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저항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가?

“모든 것을 걸고 국가보안법을 지켜내겠다”던 박근혜 대표의 특별기자회견, “대한민국은 이미 공산화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된다”고 알리는 사회 원로들의 비상시국선언, 또 ‘국가보안법 폐지 결사반대’라는 피켓을 들고 나와 동료 의원들에게 다짐을 하는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의 모습은 마치 그들만의 ‘국가안보 신앙’을 주제로 한 새로운 연속극을 보는 듯하다.

이를 지켜 보면서 한때 물의를 일으켰던 '휴거'를 연상하게 되는 것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확실히 ‘이성’이 아니라 ‘비정상적인 신앙행위’이다. 물론 종교를 함부로 비하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종교에서도 본래의 가르침에서 벗어나고 사회적 이성마저도 상실한 종교적 병리 현상이 나타나듯이 지금의 국가보안법을 사수하려는 수구 보수 진영의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휴거'와 '적화통일'의 차이일 뿐.

사실 헌법이 존재해도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려 들면 그것이 곧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고, 충분히 일반 형법으로 규율이 가능해도 국가보안법이 없으면 적 앞에서 무장해제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하는 그들의 주장은 이성과는 거리가 멀다. 자나 깨나 오직 ‘반공’만이 진리이자 깨달음의 전부인 이들에게 국가보안법은 자신들이 믿고 의지하는 상상 속의 ‘국가안보’를 지켜내기 위하여 ‘빨갱이’를 제물로 바치는 일상적인 제사에서 없어서는 안 될 칼과 제단인 셈이다.

광신적 신앙 행위에 순결한 믿음이란 없다. 순수하고 깨끗한 믿음이 없으니 자기 반성 또한 없으며 사회적 약자의 아픔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하려는 자기 희생의 실천 의지도 없다. 그 이면에는 항상 순결하지 못한 무언가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광신적 신앙 행위를 주도하는 자의 사악하고 더러운 욕망의 계산이거나 종교의 이타적 가르침을 제대로 깨닫지 못한 추종자들의 이기심이다.

수구 보수 진영의 믿음도 그런 의미에서 의문을 갖게 한다. 그들이 믿고 의지하며 진실로 걱정하는 것이 ‘국가 안보’인지 아니면 ‘국가보안법’인지 말이다. 그들은 진정 국가 안보를 위해서 국가보안법이 존속되어야 한다고 하는 것인가? 아니면 국가보안법을 위해서 진지하게 접근해야 할 중대한 국가 안보 문제를 엉뚱하게 걸고 넘어지고 있는 것인가.

자신들이 누려온 지배 체제를 수호했던 철옹성이었으니 그들이 지켜내야 할 것은 당연히 국가 안보가 아니라 국가보안법이다. 그러나 다급한 나머지 가끔씩 수구 보수 세력조차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북한의 체제를 동경할 리 없는 국민들의 상식이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의지는 접어두더라도 대한민국 정부의 군사력과 경찰력은 이들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것이다. 한마디로 국가보안법이 없으면 지금의 군사력이나 경찰력도 다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이 없으면 이미 '친북좌파반미 세력'이 장악한 정부는 대한민국을 통째로 김정일에게 갖다 바칠 것처럼 이야기하고, 그동안 대한민국 국민으로 위장하고 숨어 있던 간첩들이 마음 놓고 본격적으로 활동하여 무력적화통일을 앞당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소설로서도 가능하지가 않다. 그런 소설이 팔리기는커녕 읽히기나 하겠는가. 한나라당은 얼마 전 보여 준 희대의 연극에 이어서 대국민 홍보를 위하여 국가보안법이 폐지되면 벌어질 상황을 문학으로 한번 만들어 볼 것을 권한다.

그동안 냉전적 분단 현실 속에서 국가보안법의 철옹성이 워낙 견고하였기에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하는 수구 보수 세력은 매우 당황해 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어도 그동안 국가보안법이 수행해 온 그 기능과 역할을 최대한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은 죽어 간다던 민생 경제를 제쳐 두고 자신들의 위기 극복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을 테지만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는‘국가보안법’이라는 하나의 법률이 아니다. 본질적인 문제는 그러한 법을 존속시키며 강화해 온 지배 이데올로기에 있다. 국가보안법이 폐지된다고 하더라도 형법이나 대체 입법의 내용이 어떻게 구성될 것인가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울러 이것이 추후에 사법부와 헌법재판소에 의해서 어떻게 해석되느냐 하는 문제도 여전히 남게 된다. 사법부와 헌법재판소는 이미 민주적 헌정 질서를 비틀면서까지 국가보안법 존속을 위해 집행부와 입법부에 압력을 행사하는 수구적 저항을 보였으므로, 국가보안법을 존속시켰던 그 논리를 쉽게 버리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2004-09-11 15:22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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