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가처분 결정
    Article 2005. 1. 16. 11:36


    [주장] 법원은 노조활동 압박을 위한 가처분 신청에 신중 해야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동조합 활동을 하다 사용자 측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과 가압류신청, 그리고 이를 받아들인 법원의 결정으로 말미암아 삶의 벼랑 끝까지 내몰리고 결국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들이 있었다. 그것은 말 그대로 '살인적인 손배 가압류'였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잇따른 죽음으로 인해 사회문제로 부각되자 최근 법원(서울중앙지법)은 사용자 측이 노동조합을 상대로 낸 가압류 신청을 보다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용자 측이 제기하는 가압류 신청은 합법적인 노동조합 활동마저 무력화시키는 것은 물론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생활마저 심각하게 위협하기 때문에 법원의 이 같은 변화는 늦었지만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의미 있는 변화가 보이는 가운데 또다시 '가처분'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인권운동사랑방'에서 발간하는 <인권하루소식>(2005. 1. 15. 제2734호)은 사용자 측이 손배 가압류와 같은 목적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고자 가처분 신청을 이용하고 있으며 법원은 노동기본권 보장에 대한 인식 없이 사용자 측의 신청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 같은 법원의 가처분결정이 ‘제2의 손배 가압류’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비단 인권하루소식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그동안 노동 관련 사건의 가압류 및 가처분 신청에 대하여 법원이 내린 결정은 사용자 측에 유리하게 내려지는 경향이 강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압류나 가처분은 제도의 성격상 '간이신속'해야 하는데, 노동사건에 있어서 이 간이신속성이 실현되는 모습은 정의에 부합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었다.

    법원은 노동자가 사용자를 대상으로 해고 등을 다툴 때에는 본안소송만큼이나 길게 끌지만 사용자 측이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업무방해금지나 출입금지 등을 요구할 때는 매우 신속하게 처리한다.

    물론 법원으로 하여금 모든 경우에 노동자의 편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해고 등을 다투는 가처분의 경우에는 간이신속 해야 하며 업무방해나 출입금지 등을 다투는 가처분은 보다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는 것이 재산권과 노동기본권을 동시에 보장하는 헌법의 이념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노동기본권이란 본래 '사용자와 대등한 무장평등' 내지는 '재산권 행사에 대한 제한'의 의미로 등장한 것인데 만약 그 반대로 운용된다면 더 이상 노동기본권이 들어설 자리는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때 얻어지는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동기본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용자의 목적달성이며, 남는 것은 '살인적 손배 가압류'에서 보았듯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노동조합과 여전히 열악한 근로조건에 시달리는 노동자의 현실뿐이다.

    나아가 선택의 여지가 없는 노동자들에게는 노동조합 활동을 계속하다 가처분 결정 위반을 이유로 한 또 다른 재산권 보호의 법적 조치들로 인해 절망적 생활로 내몰리는, 그야말로 '살인적'인 현실 밖에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현실이라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기본권은 '빈껍데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법원은 사용자 측이 노동조합 활동과 노동자들을 압박하기 위해 제기하는 일련의 가처분 신청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신중한 검토'의 기준은 말할 것도 없이 재산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노동기본권도 보장하는 헌법의 이념이며 그것을 바탕으로 한 노동법의 취지이다.

    만약 법원이 또다시 사용자 측의 가처분 신청을 있는 그대로 신속하게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이는 '제2의 살인적 손배 가압류'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곧바로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에게 '사형선고'가 되고 말 것이다.

    실제로 현장의 노동자들은 법원의 그와 같은 가처분신청 인용을 '노조 사형선고'라 부르고 있다고 한다. 꼭 사형을 선고해야만 사형선고가 아니다. 잘못된 판단이나 정의에 부합하지 못하는 재판은 그것이 무엇이든 '사형선고'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법관들이 잊지 말아주기를 바란다. 


      2005-01-16 11:36
    ⓒ 2006 OhmyNews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