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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승조씨 망언을 바라보는 '자유주의 청년'들의 착각
    Article 2005. 3. 7. 10:56


    [주장] 친일망언은 '자유'의 문제가 아닌 '청산'의 문제

    일제 강점이 우리 민족에게 축복이었다고 한 한승조씨의 망언과 관련해 그가 공동대표직을 맡았던 자유시민연대의 지도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이유로 자유시민연대 청년회원들은 지도부의 책임을 물으며 '총사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청년회원들은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고 한다.

    "지도부는 물의가 빚어진 즉시 한 교수의 공동대표직은 물론 회원자격까지 박탈해야 했다. 하지만 지도부는 일단 본인과의 연락이 닿는 대로 진의를 파악한 후 처리하겠다며 입장을 유보했다. 또한 지도부는 자유주의 사회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 개진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사퇴했으면 됐지 자격박탈은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입장을 보이며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아무리 자유민주국가라지만 법적으로는 몰라도 도덕적으로는 나라와 민족을 억압한 일제 식민지를 미화하는 자유까지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오마이뉴스> 김덕련 기자, "자유시민연대 청년회원, '공동대표 5인 동반사퇴' 촉구" 기사)

    이들의 주장은 법적으로는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보장이 되어도 도덕적으로는 '일제 강점을 미화하는 표현의 자유'가 보장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은 우리가 한승조씨의 망언에 분노하는 만큼 참으로 일리 있는 말처럼 들린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들의 이 같은 주장이 새삼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우선 우리 사회에서 보수우익을 자처하는 이들은 오직 반공주의만을 핵심으로 하는 한국적 자유주의 체제 속에서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에 대하여 '자유의 적에게는 자유를 줄 수 없다'고 하는 이른 바 '전투적 민주주의'의 논리를 신주단지처럼 모셔 왔다.

    이들에게는 주로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만이 '적'으로 인식되어 왔는데 온 국민이 분노하는 망언 앞에서 '일본제국주의'도 대단한 '적'으로 인식된 것으로 보인다. 차이가 있다면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에 대한 찬양은 법적으로 중대한 범죄가 되어 처벌되는 반면 일본제국주의에 대한 찬양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다.

    자유시민연대 청년회원들이 인정하듯이 분명하게 말해야 하는 것이 있다. 심정적으로는 전혀 용납이 되지 않더라도 대한민국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는 한승조 씨에게도 적용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그가 일본제국주의를 찬양했다고 해서 그를 감옥에 가둔다거나 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에 대한 찬양 역시 마찬가지여야 한다. 왜냐하면 서구사회에서 발전한 본래 의미의 '자유주의적 민주주의'가 바로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제의 강점을 미화하도록 그냥 내버려 두어야 한다는 말인가? 그런 것은 아니다. 다만 이 문제는 법적으로든 도덕적으로든 '자유'가 있고 없고 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마도 진정한 자유주의자라면 법적으로든 도덕적으로든 '말하고 싶은 것을 표현할 자유가 없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비록 도덕적으로 비난하기 위한 발언이기는 했지만 "말할 자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자유시민연대 청년회원들의 주장은 그런 점에서 진정한 자유주의 정신과는 약간의 거리감이 느껴진다.

    여하간 한승조 씨의 망언으로 터져 나온 친일적 사고와 발언이 '자유'의 문제가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문제이겠는가? 그것은 다름 아니라 '청산'의 문제이다. 친일망언은 조국을 침탈한 일제에 빌붙었던 친일의 역사를 제대로 청산해 내지 못한 우리 사회에 그 대가로서 당연히 나타날 수밖에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반민족행위자를 정당하게 처벌하고 민족정기를 바로세우는 일을 철저하게 해왔다면 한승조 씨의 망언은 애초에 자리할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혹 그가 내심으로는 정말 일제 강점이 축복이었다고 생각했더라도 그는 감히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낼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말할 자유는 얼마든지 있으되 그것을 '사상의 자유 시장'에, 그것도 학자의 이름으로 감히 내놓을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민족정기가 바로 세워진 자유주의 사회라면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런 썩어빠진 생각을 진열장에 내놓을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한승조씨에게도 분명 표현의 자유는 있다. 그것이 우리 사회가 규범적으로 지향하는 원칙이며, 자유시민연대 청년회원들이 신앙처럼 떠받드는 '자유주의'의 본래 모습이다. 문제는 역시 자유주의가 아니라 우리가 친일의 잔재와 그 뿌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만약 자유시민연대 청년회원들이 한승조씨의 망언에 진심으로 분노한다면 한 가지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같은 민족으로부터 듣는 친일망언이 한승조 가 처음이 아니었으며 마지막도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한승조씨의 생각이 옳다고 하면서 너무도 당당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다. 아울러 그들은 대개 '보수우익'을 자처하는 사람들이다.

    비록 해방과 더불어 반민족행위에 대한 처벌은 하지 못했지만 과거청산은 지금이라도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뒤늦은 과거청산이므로 현실적 한계는 있겠으나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일이다. 그것만이 지금의 한승조씨와 같은 망언과 그에 동조하는 천인공노할 친일행위들을 잠재울 수 있는 올바른 길이다.

    자유시민연대 청년회원들은 엉뚱하게 ‘자유가 있네, 없네’를 따질 것이 아니라 민족정기를 바로세우는 일부터 앞장서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기왕 보수우익이 될 생각이라면 '반민족적 보수우익'이 되기보다는 최소한 '민족적 보수우익'이라도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2005-03-0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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