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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시마네현 촌것' 말고 스스로를 먼저 다스려라

[주장] 이문열씨와 조선일보는 친일파 청산부터 외쳐야 한다

▲ 이문열씨가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 <시마네현 촌것들 다스리는 법> ⓒ2005 조선닷컴


소설가 이문열씨가 14일자 <조선일보>에 ‘시마네현 촌것들 다스리는 법’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그 글은 최근 들어 일본이 노골적으로 벌이고 있는 역사 왜곡과 독도 분쟁 지역화 야욕을 규탄하는 것이기에 읽는 사람들의 대단한 호응을 얻고 있다.

이문열씨 기고 '시마네현 촌것들 다스리는 법' 전문보기

반성은커녕 역사를 끊임없이 왜곡하며 아직도 제국주의적 침략의 습성을 버리지 못한 일본의 더러운 만행은 지탄해야 마땅하므로 그의 주장도 틀린 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우리 나라 사람 가운데 ‘공인’이나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서는 그런 이야기를 일찍이 들어 보지 못했으며, 오히려 그런 사람들의 친일 망언에 누누이 시달려 온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이문열씨의 시원시원한 문장에 통쾌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독도에 북한의 대일 미사일 기지를 만들자고?

그러나 유명 소설가의 거침없는 문장인 만큼 통쾌함은 느낄지 모르겠지만 막상 그 주장을 음미해 보면 깊이 공감할 수는 없다고 여겨진다. 그는 일본의 만행이 거듭되는 현 시점에서 “누구보다도 준엄하게 그 직무유기를 비난받고 질책당해야 할 것은 울릉군 의회”라고 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용인즉슨 “시마네현 촌것들”이 몽매하여 망동과 망언을 일삼는데도 울릉군은 이에 상응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여 이문열씨는 늦게나마 울릉군에 다음과 같은 조치들을 취할 것을 제안한다. 첫째는 시마네현이 울릉군 소속이라는 사실을 조례로 정하고, 둘째는 북한이 원한다면 독도를 미사일 기지로 빌려줄 수 있는 조례를 마련하여 북한의 대일 방어용 미사일 기지로 이용할 수 있게 하며, 마지막으로 일본의 공식적 국가명칭을 왜국(倭國)으로, 일본사람은 왜자(倭者)라고 부르는 조례를 제정하라는 것이다.

농담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라고 그렇게 못할 이유도 없다는 생각이 드니 그야말로 '언중유골'에 소설가다운 풍자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아무리 문학적 감수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박장대소하며 동조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 이유는 우선 글의 내용이 너무나 선정적이고 말초적이기 때문이다. “시마네현 촌것들”이 몽매하며 망동과 망언을 일삼고 있는데, 그것을 다스린다고 하면서 소개하는 방법은 단지 그보다 더 심하게 몽매한 망동과 망언이다. 그것이 당장 눈으로 보고 귀로 듣기에는 통쾌할지 모르겠으나 그냥 단지 그뿐이다.

물론 선정적이고 말초적인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해 선정적이고 말초적인 것인가 하는 것이다. 선정적이고 말초적인 표현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망이나 삶의 진솔한 해학적 수단으로도 쓰이지만, 정치적으로는 무언가를 덮어두고 가리기 위한 수단으로도 쓰인다.

우리의 과제, 친일 청산과 외교 적극주의

날이 갈수록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지는 일본과 국내 친일세력의 천인공노할 만행 앞에서 우리가 뼈저리게 생각해야 할 것은 두가지다. 하나는 우리 스스로 민족 정기를 바로 세워 역사 앞에 당당해야 한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더 이상의 굴욕적이고 소극적인 외교를 하는 일이 없이 외교적 적극주의를 표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민족정기를 바로 세워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과거는 단순히 지나간 과거가 아니다. 수구보수 정치인들은 지나간 과거를 잊고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자고 하지만 그들이 그토록 잊자고 주장하는 과거는 ‘다시 오지 않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까지 이어져 온 과거’다. 친일파가 매국의 대가로 얻은 땅을 그 자손들이 고스란히 물려 받는 것은 결코 지나간 과거가 아니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아무리 외친들 무엇 하는가. 친일파의 땅은 우리 땅인가? 국내에서 매국의 대가로 얻은 땅을 ‘몰수’조차 하지 못하는 국가가 대외적으로 역사를 바로 세운다거나 ‘주권수호’를 제대로 할 리가 없다. 아울러 이렇게 민족 정기를 바로 세우지 못한다면 굴욕적 외교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온 국민이 염원하는 외교적 적극주의도 민족 정기를 바로 세우는 일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그렇다면 외교적 적극주의는 왜 필요한가. 그것은 역사가 잘 말해 준다. 어느 역사학자는 한일관계를 역사적으로 검토하는 글에서, 전통적으로 우리 나라는 문화적 후진국이었던 일본으로부터 기대할 것이 없어 소극적이었던데 비하여 일본은 반대의 입장이라 항상 적극적이었다고 설명한다. 물론 그 적극적 행위의 내용은 거의 ‘해적질’이었다.

그러나 서양의 근대문화를 먼저 수입한 일본은 ‘대륙진출’은 물론 ‘해양진출’까지 염두에 두면서 제국주의적 침략을 벌였는데 처음에는 ‘전쟁에서 이기는 것’만을 생각했던 그들이 외교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청일전쟁에서 얻은 요동반도를 독일 등의 반대에 부딪혀 다시 반환하는 일을 겪었기 때문에 무력에 의한 전쟁은 물론 세계열강이 승인하도록 하는 ‘외교적 적극주의’에 눈을 뜨게 됐다는 것이다. 일본이 우리 나라에 대한 특권을 인정 받기 위해 영국과 동맹을 맺거나 미국과 비밀협정을 체결하거나 러시아를 굴복시켜 인정 받은 것은 모두 외교적 적극주의의 소산이다.

알다시피 역사를 왜곡하고 독도를 분쟁지역화 하려는 일본의 만행은 대륙과 해양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제국주의적 침략의 연장선상에 있다. 아울러 그들은 그러한 제국주의적 침략의 주요한 수단으로서 여전히 외교적 적극주의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으며, 그것은 오늘날의 우리도 절감하고 있는 바이다.

일본의 만행에 감정적 대응을 하지 않으려는 정부의 방침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그저 손을 놓고 방관만 하는 소극적 자세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외교적 패배는 불을 보듯 뻔하다. 신중해야 하면서도 외교적 적극주의가 필요한 이유는 그래서이다.

'한일합방은 합법'이라더니... '친일인사'혐의 벗기 위함인가?

그런데 이문열씨의 글은 이렇듯 우리가 뼈에 새겨야 할 원칙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진다. 우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일부터 보자. 일전에 이문열씨는 “한일합방은 국제법적으로 합법이었다”고 주장하여 물의를 일으켰던 적이 있었는데, 여하간 당시 글의 요지는 친일문제를 포함한 과거청산은 역사학자와 같은 민간에게나 맡기자는 것이었다.

과거청산은 이미 국제법적으로도 ‘정치적이며 법적인 해결’을 의미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이문열씨는 과거청산을 거부하는 수구보수적 정치인들에 동조하여 천연덕스럽게 민간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지금의 논조는 그때와는 사뭇 달라 보인다. 예를 들어 당시의 논리대로라면 일본의 교과서를 통한 역사왜곡에 대해서도 어디까지나 민간적 차원에서 대응하면 될 뿐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응을 할 이유는 없다. 교과서를 통한 역사왜곡이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내적으로는 민간에 맡겨야 하고 대외적으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말인가?

또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외교적 적극주의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우리가 취해야 할 외교적 적극주의는 거짓과 천박함 일색인 일본의 그것과 닮아서는 안 된다. 고상하고 점잖게 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진실과 국제 정의에 부합하는 그런 적극주의여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문열씨의 기고문은 아무리 풍자적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그 내용을 음미해 보면 참으로 유치하기가 그지없다. 이문열씨의 말대로 한다면 우리가 일본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생각하건대 이문열씨는 일본의 “시마네현 촌것들 다스리는 법”을 말하기 이전에 국내의 “친일파와 그들을 비호하는 정치세력 다스리는 법”을 먼저 말해야 할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문인들이 사회참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꼭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저 선정적이고 말초적인 표현으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잠시 즐겁게 해주는 데 그칠 거라면 차라리 그냥 항일 문학작품을 쓰는 데 몰두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이문열씨의 글을 게재한 조선일보 역시 친일의 의혹을 받으면서 과거청산을 적극 거부해 왔다. 이문열씨나 조선일보가 만약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기 위한 과거청산을 끝까지 거부하면서 그저 선정적이고 말초적인 글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현혹시키려 한 것이라면, 이번 기고문의 성격은 단지 자신들이 받고 있는 ‘친일인사’, ‘친일언론’이라는 혐의를 은근히 벗어보고자 한 것에 불과하다.

근대자본주의 사회에서부터 등장해 선정적인 내용의 기사를 실어 사람들의 눈과 귀를 흐리게 했던 신문을 '황색신문'이라고 일컫는다. 이문열씨가 진정 일본의 만행에 분노하고 아울러 조선일보가 진정 황색신문이 아닌‘1등 신문’이 맞는다면, 누구보다 친일파 청산에 목소리를 높이고 솔선수범해야 할 것이다.

문학가이든 언론이든 '언행일치'는 지성인의 기본 덕목이기 때문이다. 


  2005-03-14 10:41
ⓒ 2006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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