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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정배 장관은 사퇴할 이유가 없다
    Article 2005. 10. 17. 10:11


    [주장] 천정배 장관에게 사퇴할 것을 당부한 어느 검사에게 당부한다

    아침에 일어나니 현직 검사가 검찰의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이메일을 보냈다는 소식이 있었다. 그러나 천정배 장관이 최초로 행사한 지휘권의 내용은 한나라당이나 보수언론, 그리고 검찰이 주장하는 것처럼 검찰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았다.

    천 장관은 검찰 독립권 훼손 안했다

    이미 알려진 바대로 천정배 장관이 발동한 지휘권의 내용은 "강정구 교수 사건에서는 형사소송법상의 구속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므로 불구속수사를 하라"는 것으로서, 이는 독립적이어야 할 검찰 수사의 내용이나 방향에 간섭한 것이 아니라, "수사상의 적법절차를 준수하라"고 지시한 것에 불과하다. 물론 검찰의 독립성이라는 것은 수사과정에서의 독립도 포함하는 개념이겠지만, 그 독립성이란 것이 적법절차도 무시하는 '헌법과 법률로부터의 독립'은 아니다.

    문제는 그동안 검찰 스스로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형사소송법상의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자의에 의해 무분별하게 구속수사를 해 온 관행이다. 검찰은 이번 강정구 교수 사건에서도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는 잘못된 관행을 그대로 되풀이하려고 했다.

    검찰의 이 같은 모습은 무엇이었는가. 그것은 잘못에 대한 인식도 변화에 대한 의지도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독립성'이 아니라 오랜 군사독재 체제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오면서 검찰이 특유하게 갖게 된 '오만한 습관'에 다름 아니다.

    천정배 장관의 지휘권 행사는 이렇듯 검찰이 국민 위에 군림하던 시절에 물들이고 자기 스스로 변화시킬 의지가 전혀 없는 오만한 습관을 바로잡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그것도 검찰의 독립성 훼손과는 무관한 객관적인 수사절차상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런데 이를 검찰의 독립성을 훼손한 것이라고 보는 쪽에서는 장관의 이 같은 지휘가 왜, 그리고 어떻게 검찰의 독립성을 훼손한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다. 그래서 현직 검사가 이메일을 보냈다고 하니 그런 내용이 있으리라 기대를 했다.

    이메일의 핵심내용을 소개했을 기사에서는 장관이 어떻게 검찰의 독립성을 훼손했는지에 대한 내용은 여전히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다만 이들은 그저 하나같이 '독립성'이라는 말을 '절대 건드리지 말 것'과 같은 뜻으로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즉, 절대 건드리지 말아야 할 대한민국 검찰을 건드려 검찰총장이 사퇴하는 상황까지 만들었으니 그것이 바로 검찰의 독립성 훼손이라는 것이다.

    검사의 진정성은 어떻게 인정받을 것인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검찰은 모두가 알다시피 권력에는 시녀 노릇으로 봉사하고 국민에게는 벼슬아치가 되어 군림하면서 '독립성'을 제 스스로 내던졌던 조직이다. 그런데 다른 것도 아니고 헌법과 법률이 규정하는 바를 실현하고자 하는 일에는 독립성 타령을 부르고 있으니 도대체 검찰에게 있어 헌법과 법률은 그냥 시험과목일 뿐인가?

    이 검사의 이메일로도 검찰의 독립성이 왜 훼손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는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남겼다. "천 장관이 퇴진해야만 수사 지휘에 대한 장관의 진정성이 인정받게 되고 그래야만 검찰이 법무장관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일할 수 있는 심정적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국민들이 검사가 하는 수사와 처분에 대한 검사의 진정성을 인정하고, 검사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믿고 맡길 수 있는 심정적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검사의 논리대로라면 검사들의 진정성과 그에 대한 국민의 심정적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 모든 검사가 사퇴할 수는 없으니 최소한 검찰총장이라도 사퇴해야 할 것이다. 아마도 믿지 못하는 것으로 치면 검사가 법무부 장관을 불신하는 것보다 국민들이 검사들을 믿지 못하는 것이 훨씬 클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만약 대통령이나 법무부장관이 언감생심이기는 하나 그와 같은 취지로 검찰총장에게 사퇴할 것을 권유했다면 그것은 독립성 침해로 간주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검사가 지휘권을 가진 법무부장관에게 그와 같은 취지로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과거에는 그것을 '하극상'이라 했으나, 시대가 바뀐 지금은 '협박'이라고 하고 싶다.

    도대체 검찰은 누구의 통제를 받는 집단인가? 검찰이 민주성이 있어 직접 국민의 통제를 받는 것도 아니고,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과 대통령이 임명하는 장관의 명령에 따라 간접적인 통제를 받는 것조차 독립성 훼손이라며 인정할 수 없다면, 검찰은 스스로 민주적이고 스스로 옳은 순결한 집단이란 말인가? 혹시 오랜 전통의 검사동일체 원칙이 그러했듯 아직도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상급자의 통제만을 받겠다는 것인가?

    천정배 장관에게 이메일을 보낸 검사는 아마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법무부장관의 지휘권이 특별한 사건에서 검찰총장만을 지휘할 수 있게 한 이유가 다름 아닌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는 것쯤은 그 검사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지금까지 사용되지 않았던 이유도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 독재정권의 유지와 돈 있고 힘 있는 자들의 각종 비리를 덮어 두기 위해 음성적으로 부당하게 행사되었거나 아니면 그것을 방관했기 때문이라는 것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그 검사에게 두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첫째는, 혹시라도 천정배 장관이 사퇴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장관이 사퇴할 것을 당부한 자신의 진정성을 증명하고 그에 대한 국민들의 심정적 동의를 얻기 위해 스스로 사퇴할 것을 당부한다.

    둘째는, 첫 번째와 같이 하지 못할 경우이다. 즉 검사도 인간인 이상 자신이 한 말을 자신은 절대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만약 그런 경우라면 이 글을 읽는 즉시 사직서를 작성하고 그것을 가슴에 품고 다니기를 당부한다.

    그래서 혹 자신이 내린 어떤 처분 때문에 재심과 헌법소원까지 가는 상황이 발생하면 주저 없이 사직서를 제출할 것을 당부하고 싶다. 법무부 장관의 적법한 지휘권도 인정받지 못하고 사퇴를 종용받는데 검사의 적법한 처분이라고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혹시 이것도 검사의 독립성 침해라고 할 것인가. 그러나 검사들에게서 사직서를 받고 싶은 가슴에 피멍든 대한민국 국민들이 부지기수이다. 법무부장관에게 사퇴하라는 이메일을 보낼 정도로 의기가 넘치는 검사라면 그 정도는 능히 할 수 있는 일이라 믿는다. 


      2005-10-1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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