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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운동, 그 오류와 진보를 말하자!
[학회평론 독자의 소리]

학회운동, 그 오류와 진보를 말하자!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어려움이 훨씬 더 처절하고 혹독하게 다가오는 시기에 우리의 생각과 활동에는 무기력과 안일함만이 남겨진 듯 허무하다.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서 새로운 시작, 학회의 진보를 고민해 보지만, 갈구해 마지않는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대안'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만 하는가.
 
생각해 보면 학회운동이 처한 오늘의 현실은 그다지 놀라운 것도, 새로운 것도 아니다. 그것은 어떤 외부적인 환경의 변화에 의해 규정 된 것이라기보다는, 우리 스스로가 제기해 왔던 문제를 끝내 해결하지 못한 데서 온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구체적이지는 않았지만 학회운동의 이념이나 정체성, 학회의 조직·기능·활동 등과 같이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심각하게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오늘의 어려움은 결과적으로 이미 예견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시작으로서 우리가 단 한 걸음이라도 내딛고자 한다면 여전히 그 지난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항상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대안'이겠지만 그 전제로서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오류에 관한 반성'이 아니었을까. 그런 작업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미흡했거나 제대로 된 결과를 남기지 못했다. 특히 일부 학회선배들의 경우 자신들을 기준으로 생각한 나머지 사적인 대화에서조차 후배들과 갈등만 쌓아 가는 경우도 있었다(생각하건대 새로운 시작을 위한 반성의 과정은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세대의 과거를 되새기는 단순한 반추의 과정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과거의 치열했 던 경험이나 신념의 무게가 때로는 현실에서는 인식의 한계로 작용하거나 열정으로 포장된 자기만족이 되어 도움은커녕 문제해결의 커다란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은 학회운동에 관해 그 '누구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가 아니며, 학회운동 그 자체에 대한 비판 작업이 필요한 때이다. '새로운 시작'이 진정으로 그러한 의미라면 <학회평론> 14호는 언뜻 보아 '미흡'하다고 느껴진다. 대부분 이론적인 글들이라 그렇겠지만 <학회평론>을 살려내고자 했을 때만큼의 절박함에서 기인한 과단성 있고 날카로운 기획은 아니었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지금의 학회운동 현실에서 학우들이 가장 목말라할 것이라 생각되는 '오류와 진보'라는 주제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거론이 결여되었거나 부족했다.
 
그러나 내용적으로는 <학회평론>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연구 노력의 성과도 없지 않았다. 그러한 글들은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정하게 주장하면서 신중하게 발걸음을 내딛으려 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작업을 수행했다고 본다. 이러한 반성의 노력과 작업은 앞으로도 반드시 필요할 뿐 아니라 그 성과물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 틀림없다.
 
한편 <학회평론>은 학회운동 전반을 고민하면서도 아직까지 '서울대 혹은 서울지역'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어 {학회평론}을 읽을 때마다 몇 가지 아쉬움을 느낀다. 어떤 조직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주관적인 기대를 갖는 것 자체가 조급하고 지나친 일이겠지만, <학회평론> 스스로도 그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는 만큼 현재 모색하고 있는 학회운동의 새로운 시작이 곧 <학회평론>의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14호 '독자의 소리'에 실린 김승택의 '학회운동포럼' 같은 제안은, 어렵더라도 <학회평론>이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다만 현재 학회운동의 힘겨운 짐―활동―을 직접 떠안고 있는 사람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반드시 필요한 만큼 그들의 공통된 문제의식을 끌어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일은 <학회평론>만이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브레히트가 [코이너씨의 이야기] 중에서 '오류와 진보'에 관하여 남긴 말을 적어보고자 한다.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면 자신이 오류를 범한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고 따라서 발전하지 못한다. 그 때문에 우리는 다음에 계속해서 일할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함으로써만 무슨 일이 끝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김수권, 인하대 법대 민주법학연구회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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