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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은 수구꼴통이다'에 대한 생각
    Essay 2006. 5. 1. 06:40

    * 미디어몹 코지토님의 "노무현은 수구꼴통? 1 -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해요"라는 글에 댓글로 쓴 글인데 글자수가 넘었다고 올려지지 않더군요. 나누어서 올릴까 하다가 그냥 트랙백을 보냅니다.


    "노무현이는 수구꼴통이다"라는 규정이 맞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런 인식이 갖는 의미는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식의 끝을 늘려보면 정치적 허무주의로 가거나 현실정치와는 괴리된 허공 속의 진보주의로 갈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노무현이는 수구꼴통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왜 수구꼴통인가?"라고 묻거나 "수구꼴통은 아니다"를 입증하는 것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되는가?"를 정중하게 물어보고 그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적 분석이나 평가가 그 자체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결국 정치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의 문제로 반드시 귀결되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대응을 위해 분석과 평가를 하는 것이지 "평가를 위한 평가"는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한 제 생각은 쉽게 말해, 노무현이가 진보이건 수구꼴통이건 "그를 지지할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현실적 판단은 다분히 별개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만약 노무현이 수구꼴통이라는 주장이 곧바로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정치적으로 적대시해야 한다"는 결론을 담고 있는 것이라면, "노무현이는 수구꼴통이다"라는 주장을 한 사람은 그에 대한 새로운 주장과 근거를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노무현은 수구꼴통이다"라는 주장은, 그동안 그와 같은 식으로 이야기한 사람이 없었거나 매우 드물었으므로 일견 참신해 보이긴 하지만, 그다지 새로운 시각은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그것은 기존의 "노무현정권은 보수정권이다"라는 일반적 시각을 좀더 과감하게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그런 주장은 이미 김대중 정권 때부터 있어 왔습니다.

    지금도 노무현 정부가 보수정책 또는 과거 정권의 친재벌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은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그와 같은 분석에 따라 어떻게 대응하자는 것인가?"라는 물음과 그에 대한 답입니다.

    김대중과 노무현을 지지하고 투표했던 제 개인적인 입장을 말씀드리자면, 김대중과 노무현이 다같은 수구꼴통이라고 하더라도 저는 그들을 지지한 것에 후회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김대중'이나 '노무현'이가 '진보'라고 생각해서 지지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벌어지지 않은 일에 대한 나름의 기대를 갖고는 있었지만, 그런 기대가 그들의 정치적 본질이나 한계를 오해할 정도로 허황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노무현이가 수구꼴통이라는 주장에는 이미 준비된 근거들이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그 근거들은 나름의 충분한 설득력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노무현이는 수구꼴통이다"라는 외침에 반대가 아닌, 열렬한 동의를 박수와 함께 보내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단지 "노무현은 수구꼴통이다"로 끝나는 것이었다면, 그 소리를 듣고 애써 모여 들었던 지나가던 나그네들은... 더 이상 별 볼일 없으니 자리에서 일어나 가던 길을 다시 재촉하는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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