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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검사 기고문 사건에 대한 단상

<한겨레>에 '피의자가 수사받는 법'에 관한 글을 연재하기로 했던 금태섭 검사가 결국 기고를 중단했다는 소식을 보게 되었다. 예상 못했던 일은 아닐지라도 금태섭 검사를 응원하는 입장에 있었던 나로서는 참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기고를 중단하게 된 이유에 대해 금 검사 자신은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해서 결정했을 뿐 압력 같은 것은 없었다'고 한다. 정말 그랬을 수도 있지만, 검찰총장을 직접 면담한 이후의 결정이라는 점에서, 그 말은 금 검사 자신의 진정한 의사와는 상관없이 단지 검찰총장에게 돌아갈 비난의 화살을 막고 사건을 마무리 하기 위한 말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끝까지 밀고 나가지 못한 금태섭 검사에게 실망을 한 것은 아니다. 개인으로서 감당하기에는 일이 커진 감이 없지 않아 있고, 또 사건이 이대로 마무리된다고 해서 이번 사건이 전혀 무의미한 일이 돼버리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한바탕 소란'으로 끝나게 될지도 모를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특별히 이런 의문을 던져 보고 싶다.

"대한민국 검찰(특히 수뇌부)은 왜 이번 일을 그렇게 심각하게 다루는 걸까?"

그저 '기고'일 뿐이고, 그 내용 또한 헌법과 법률이 '피의자로 수사를 받게 되는 국민'에게 인정하고 있는 권리를 설명한 것으로서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한 것인데 말이다.

그들이 대외적으로 내세우는 논리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그것은 금태섭 검사의 글이 ① 오히려 피의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는 것과 ② 불필요하게 수사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논리는 설득력이 전혀 없다. 아니, 가만히 음미해 보면 그것은 '이해'를 위한 설득의 논리라기 보다는 자기 편의를 고수하기 위한 반협박에 가깝다.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 자신들이 갖고 있는 권한으로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고, 그렇게 진술거부권을 행사해서 불이익을 받게 되면 그건 어디까지나 '피의자 탓'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검찰'이라는 조직만이 할 수 있는 특유의 설득(?)이다.

물론 진술거부권을 행사했을 때 검찰이 합법적 범위 내에서 일정한 불이익을 주는 것을 전혀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다. 자기의 죄를 인정하고 뉘우치며 벌을 달게 받겠다는 피의자, 또는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피의자에게 수사과정이나 기소과정에서 약간의 '이익'을 줄 필요성이 있고 그걸 인정할 수 있다면,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안에 따라 신중하고 엄격하게 처리되어야 할 문제이지 모든 사건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 불이익이 있다"는 것을 마치 수사의 일반원칙인 것처럼 내세울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진술거부권'은 대체 뭐하러 있는 것인지 설명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미란다원칙 같은 건 애초에 알려 줄 필요도 없는 '뻘짓거리'인 셈이다.

분명한 것은 검찰이 금태섭 검사의 글로 인해 자칫 피해를 당할 지도 모를 피의자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은 단지 지금 이대로 '수사하기 편한 검찰'로 남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수사하는 일이 그렇게 쉽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검사들이 수사를 하는데 있어 느끼는 어려움은 클 것이고 경찰이라면 더욱 심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스스로 느끼는 수사의 어려움과는 별개로 자신들의 수사편의에 의해 이루어진 '잘못된 수사' 역시 많았다는 것을 떠올려야만 하고 인정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한편 국민들 가운데에는 금태섭 검사의 기고를 쓸데없는 짓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의 주장은 대충 두 가지이다. ① 현실적인 조언이 아니라는 것과 ② 피의자 인권 생각하지 말고 수사나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나는 솔직히 자기 이익을 지키려는 검찰보다 이런 사람들을 더 이해할 수 없다. 물론 금태섭 검사의 글을 환영한다고 해서, 혹은 그의 글이 연재되어 열심히 읽는다고 해서 그들에게 당장 이익이 될 것은 없다. 게다가 검사라면 정 떨어지니 누가 무슨 일을 하건 그냥 심정대로 한껏 비아냥 거리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그들에게 남는 것은 권위적이고 위압적이며 자기중심적인 검찰 밖에는 없을 것이다. 혹시 그들이 검찰청에라도 한번 가게 된다면, 그들은 자기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에서 필요 이상으로 행실을 바르게 해야 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깨닫고 자괴감을 맛보게 될 것이다.

만약 금태섭 검사가 신문에 "대한민국 검찰은 피의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는 기고를 했다면 지나가던 개가 웃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검찰이라는 조직이 좋아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용기를 내어 '피의자의 권리'를 말하려고 했다. 그 점은 국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국민에게 당연히 보장된 권리의 실현을 무시한 채 다시한번 수사편의와 조직보호의 논리를 되새김질한 검찰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금태섭 검사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이번 일로 제발 반성이나 근신같은 건 하지 말고 당당하게 소신을 유지하기를 부탁드린다. 기고는 무산됐지만 그 마음과 소신만은 꺾이지 않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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