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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유근 어린이와 교육에 관한 단상
    Essay 2005. 10. 25. 14:04

    지금 우리나라에서 과학영재로 불리는 송유근 어린이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 같다. 나 역시 처음 세상에 알려질 때부터 이 굉장한 어린이에 관한 소식들을 흥미롭게 접해왔다.

    나의 관심은, '영재'라고 하기에도 부족할 것 같은 유근이의 재능에도 물론 있었지만 그보다는 아직은 그저 어린이일 뿐인 유근이가 대한민국의 제도교육 속에서 어떻게 대우받고 적응해가는가 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그 과정은 모두가 알다시피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근이 같은 아이를 위한 어떤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고 그래서 유근이의 부모님은 아이를 위해 어려운 일들을 해결하면서 그야말로 환경을 개척해 나가야만 했다.

    여기서 나는 유근이 같은 영재를 위한 제도교육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은 현실과 그러한 현실이 얼마나 한심한가를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영재교육'도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유근이를 통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단지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유근이 부모님이 '우리 사회에는 유근이 같은 아이를 제대로 교육시킬 수 있는 제도가 전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나는 그것을 통해서 다시금 영재가 아닌 '보통' 아이들의 교육문제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게 된다.

    가히 '열풍'이라고 할 정도로 영재교육에 관심을 보이는 사회에서 실제로 영재를 위한 교육제도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럼 보통 아이들은 그냥 보통 아이일 뿐인가, 제대로 된 영재교육이 없다면 제대로 된 보통교육(?)은 있는가, 우리가 '특수'하다고 이름 붙이는 아이들을 위한 특수교육은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유근이 부모님은 유근이에게 맞는 교육을 찾아주기 위해 수년간 결코 쉽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런 노력이 다른 부모에게 없는 아주 특별한 희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아이를 위해 스스로도 어려운 공부를 해나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유근이를 통해 내가 생각하는 문제는 이런 것이다. 유근이 부모님의 경우에는 아이가 갖고 있는 아주 특별한 재능 때문에라도 준비 없는 교육제도 속에서 희망을 품고 이곳 저곳 찾아다니는 노력이라도 할 수 있었지만, 특별할 것 없는 보통 아이들의 부모나 사회에서 '비정상' 또는 '저능'이라는 정도의 의미를 갖는 '특수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은 그런 노력은 커녕 희망을 품는 일조차 버거운 일이라는 것이다.

    나는 교육문제를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제대로 된 교육은 어떤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것은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겠지만, 제대로 된 교육이란 아마도 아이의 재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아닌가 싶다.

    여기서 '도와준다'는 의미는 매우 포괄적인 의미이다. 그것은 치료해 주는 것일 수도 있고 무언가 여러가지를 제공해 주는 것일 수도 있으며 좀더 배려해주는 의미일 수도 있다. 즉 영재교육이건 보통교육이건 또는 특수교육이건 교육은 하나의 통일된 이상을 갖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영재인 유근이에게 맞는 교육이 없다는 것과 보통교육이나 특수교육에 대한 제도나 국가정책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같은 문제라는 것이다.

    보통의 아이들에게도 재능은 있다. 그런 재능이 세인의 주목을 끌 정도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지 않는 그야말로 누구나 다 하는 보통의 것이라고 해도 그것은 결코 무시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특수아동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아동이나 학생에 따라 교육방식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모든 교육에 있어 근본적인 철학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유근이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영재가 영재로서 꽃 피울 수 있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것 때문이 아니라, 영재가 그러한데 보통의 아이나 보통에도 못미친다고 평가받는 아이들은 오죽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유근이에게는 유근이에게 맞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듯이 보통의 아이들도 단지 '보통'으로 획일화 시킬 것이 아니라 그 아이들에게 맞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말할 것도 없이 특수아동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입시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너무 기대가 큰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헌법상 사회적 기본권의 하나로 분류되는 교육권의 이상은 그런 것이라 믿는다. 다른 것은 다르게 적용되어야 하지만 영재이든 보통의 아이이든 또는 특수한 아이이든 교육의 이념은 아이들에게 동등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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