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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모독에 관한 단상
5월에 개봉예정인 영화 '다빈치 코드'에 대해 한국 기독교계가 상영 저지투쟁을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와 관련해 한기총의 홍재철 목사가 '2080 CEO 포럼 특강'에서 박근혜씨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어느 종교이든 그 신성을 모독하는 영화 등을 규제할 수 있는 입법을 할 계획이 있는가?"

질문의 의도에는 아무래도 동조할 수 없지만, 법학을 전공한 나로서는 참 좋은 질문이라 여긴다. 최근에 이슬람을 모독하는 만평이 국제사회에서 문제가 된 일도 있으니 어느 입장에서건 생각해 볼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여하간 박근혜씨는 홍목사의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하면서 다빈치 코드와 같은 영화의 상영을 법적으로 금지할 수 있는지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 세상이지만, 많은 분들이 신념을 갖고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가치를 훼손시키고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은 좋지 않은 것으로 가능하면 삼가야 하는 일 아니겠냐. 법적으로 가능한 부분이 있는지는 국회에 돌아가면 논의해 보겠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정당대표가 하는 발언에는 신뢰나 진의 같은 것이 담기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생각의 단편을 어느 정도 엿볼 수는 있다. 그런데 이 질문과 답변을 통해 바라본 박근혜씨의 생각은 나로서는 참으로 헛웃음이 나온다.

우선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는 박근혜씨 가문의 가풍이 인정하지 않는 바이니, 그 가문의 자손으로서 당연한 태도라고 이해를 해본다. 그런데 아무리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입법기관 제1야당의 대표로서 밝히는 "입법의지"의 내용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당시 박근혜씨의 머리 속에는 '많은 분' 밖에는 없었던 듯 싶다. 그러나 그것이 그저 선거용 립서비스라고 하더라도 법학 전공자의 입장에서는 가히 충격적인 발언이다.

표현의 자유가 "많은 분들이 신념을 갖고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가치를 훼손시키고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은 좋지 않은 것으로 가능하면 삼가야" 한다는 이유로 제한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정말이지 끔직하기까지 하다. 박씨가 하는 말의 외형은 여성적이고 부드럽지만 그 내용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그것은 표현의 자유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무차별적인 폭력에 해당한다. 아마도 중세의 종교재판이 어떤 의도에서 이루어졌는지 간략하고 완곡하게 알고 싶다면 박씨의 답변이 그대로 정답이 될 것이다.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고 종교의 자유 역시 중요하다. 기본적 인권이 갖는 중요성에 우열이 있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보다 본질적인 인간의 권리는 표현의 자유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는 종교의 자유를 얻기 위해 양심사상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가 발전하기도 했지만, 종교의 자유는 어찌보면 양심사상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의 한 부분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하간 간단히 생각해 보자. 표현의 자유에 의해 신성모독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 종교의 자유가 본질적으로 침해되는 것은 아니다. 종교인들이 자신의 신앙에 상처는 받았을지 모르나 신성모독의 표현으로 종교활동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교의 자유를 내세워 어떤 표현을 신성모독이라는 이름으로 금지하고 제한한다면 그것은 곧바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 침해가 돼버린다.

이렇게 상대적으로 더 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신성모독으로부터 종교를 수호하는 일이 더 중요한 가치를 갖는가? 나는 종교인이 아니라서 못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그저 현대인의 시각에서는 어불성설이다. 그것은 이미 종교국가이지 민주적 입헌주의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종교의 자유란 어떤 종교들을 보호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적 다양성의 원칙에 가깝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의 개신교에 대해서는 절망의 연속이다. 특히 한국의 개신교는 구세주가 나타나도 골치 아프지 않을까 싶다. 극성 팬도 때로는 부담이 된다고 하는데 광신도라면 구세주도 포기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천국의 문이라도 열리는 날이면 롯데월드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천국이 그 한심한 롯데월드라는 말은 아니다). 나는 솔직히 한국의 개신교가 '기독교'라는 이름의 대표처럼 활동하는 것조차 이해할 수가 없다. 오히려 개신교가 기독교에 대한 모독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하는 터이니 말이다.

어쨌거나 그동안 다른 종교에 대한 신성모독을 즐겨 해온 기독교가 신성모독을 내세워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마치 공화국을 자기 마음대로 모독해 온 박정희가 국가원수모독죄를 내세워 국민을 잡아패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자신들이 저질러 온 신성모독은 신앙의 이름으로 정당화하면서, 그것도 모자라 어떻게 다른 사람의 자유를 억압해 자신들의 신앙을 치장하려는지 그 심보를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의 개신교는 '종교의 자유'가 아니라 차라리 '영업의 자유'를 외치라고 종종 이야기하는데, 이번에도 차라리 신성모독이 아니라 그냥 '업무방해죄'를 주장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쓰고 보니 이 글도 신성모독일 듯 싶다. 그러나 내 양심을 걸고 말하건대 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실천이라는 의미의 기독교를 모독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마지막으로 영화 '장미의 이름'에 나오는 대사 하나 남긴다.

"영적 희열과 광기의 차이는 종이 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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