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귀부인과 승무원 (Swept Away, 1974)
    Favorites/movie 2006. 9. 22. 09:07
    만약 인간의 '욕망'이나 '사회적 관계'에 관한 여러가지 상상을 하고 싶다면 어떤 것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아마도 인간과 인류문화의 기원(origin)에 관한 인류학이나 역사학의 지식들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이 주제에 있어서는 '현대적'인 욕망이나 사회적 관계로 제한해서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대인도 '인간'이므로 원초적인 상상은 가능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의 지식들을 아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분야의 전문적인 연구나 학습이 아닌, 그저 일상생활에서도 할 수 있는 '하나의 의미 있는 상상'으로서 해보고 싶다면 굳이 두꺼운 전문서적을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의미 있는 상상을 가장 재미있으면서도 풍부하게 해줄 수 있는 매우 유용하고 적합한 소재가 하나 있기 때문이다. 바로 '무인도'이다. 이렇듯 '무인도'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인간에 관한 근원적 탐구에 있어 '원시적이며 자연적인 상태'를 고려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무인도'가 갖고 있는 이런 매력(?) 때문일까, '무인도'에 관한 상상은 소설이나 영화 등에서도 심심치 않게 있어 왔다. '무인도' 자체를 직접적으로 다룬 작품을 대표적으로 꼽자면, 알다시피 다니엘 디포(Daniel Defoe)의 <로빈슨 크루소>(Robinson Crusoe)나 윌리엄 골딩(William Golding)의 <파리대왕>(Lord of the Flies)이 있을 것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 드라마 <로스트>(Lost)도 떠올려 볼 수 있겠다. <로스트>의 경우는 드라마와 상업성이라는 한계 때문에 좀 황당하다 싶은 전개도 없지 않아 있지만, 현실의 세계로부터 고립된 의미의 '무인도'가 상상력의 중요한 소재가 되고 있고, 나름대로 흥미로운 상상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무인도 작품'들 중에서 가장 적나라(?)한 작품이 하나 있다.

    바로 이 글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리나 베르트뮬러(Lina Wertmüller) 감독의 영화 <귀부인과 승무원>(Travolti da un insolito destino nell'azzurro mare d'agosto, 1974)이다. (원제의 번역은 이탈리아어를 잘 몰라 확실한 지는 모르겠지만, '8월의 푸른 바다에서 기막힌 운명으로 떠내려가다' 정도 되는 것 같다. 우리말 제목이 원제와 너무 달라 불만족해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영문제목은 'Swept Away'이고, 마돈나가 주연해 리메이크 된 영화도 동일한 제목이다. 참고로 마돈나 리메이크작은 전 세계인들로부터 대체로 혹평받는다.)

    이 영화는 보는 사람에 따라 재미 없을 수도 있고 충격적일 수도 있다. 특히 미성년자 관람불가인 것은 물론 부모님 세대, 부부나 연인, 남매, 그냥 남녀 선후배나 친구끼리 보기에도 대단히 부적절하다. 부부나 연인 등이, 이 글을 쓰는 이유처럼 인간의 '욕망'과 '사회적 관계'에 관한 상상을 함께 하며 토론할 목적이 아닌 이상 말이다. 개인적인 바람은 부디 이성적이며 제대로 된 교양을 갖춘 사람들만 보았으면 싶다는 것이다(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여하간 이 영화가 재미 없을 수도 있고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그저 삼류영화에 해당할 지도 모르지만, "당신은 이 영화를 평생 분석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혹자의 말처럼 매우 심오한 것은 사실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쉽지 않은 생각들에 빠지게 하는 영화이다. 감독이 어떤 사람인가를 알면 더욱 복잡해진다. 리나 베르트뮬러 감독은 여성이고 사회주의자인데 얼핏보기에 영화는 전혀 여성(주의)적이지도 않고 사회주의적이지도 않은 것처럼 보인다.

    개인적인 느낌을 표현하자면, 감독은 단지 인간의 '욕망'과 '사회적 관계'에 관한 생각과 토론을 위해 수만가지 상상 중에서 강렬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어떤 것을 던졌다는 것이다. 만약 감독의 의도가 정말 그런 것이었다면 '대성공'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이런 거창한 소개와는 달리, 이 영화가 대책없이 지루하거나 어렵기만 한 것도 아니다. 이 영화가 어떤 장르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이탈리아 사이트를 검색해 보았는데 나름대로 심각했던 입장에서는 너무나 황당하게도 '코믹'으로 분류되고 있었다.

    따라서 이 영화를 보면서 지나치게 심각한 것도 정말 코믹한 일이겠지만, 찰리 채플린(Charles Spencer Chaplin)의 경우처럼 코믹 속에서 진지함을 발견해 나갈 수 있는 매우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물론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 영화를 같이 보아야만 하는 이유가 전혀 없다면 누구와도 함께 보기를 권장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댓글 6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