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유명한 카스트라토(거세된 남성 가수)였던 파리넬리의 유해가 12일 발굴됐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천상의 목소리’로 알려진 파리넬리의 비밀을 풀고자 이탈리아 연구진이 유골 분석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나폴레옹 전쟁 때 무덤이 훼손돼 다른 곳으로 이장됐던 파리넬리의 유해는 최근 이탈리아 볼로냐의 세르토사 공동묘지에서 발견됐다. 파리넬리 연구센터 소장인 카를로 비탈리는 “볼로냐대학과 피사대학 과학자들이 DNA 분석 등을 통해 파리넬리 목소리의 메카니즘을 파헤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에 포함된 음향 전문가들은 비밀의 열쇠인 성대와 후두의 흔적을 찾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본명이 카를로 브로스키인 파리넬리는 1705년 나폴리에서 태어나 열살 때 거세된 뒤 카스트라토로 활동하면서 현대의 팝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화려한 삶의 이면에는 거세로 인한 열등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에 관한 비극적인 사연은 1994년 제작된 영화 ‘파리넬리’로 널리 알려졌다.
17∼18세기 유럽에선 여성이 교회에서 노래 부르는 것을 금지했기 때문에 변성기 이전의 소년들이 카스트라토로 양성됐다. 카스트라토는 아이의 미성을 유지한 채 성인의 폐를 갖게 됨으로써 힘이 넘치는 고음을 낼 수 있었다. 매년 4000명씩 양산되던 카스트라토는 1870년 교황청의 거세 금지령에 따라 점차 사라져갔다. 1904년까지 시스틴성당 성가대원으로 활동했던 알레산드로 모레스키가 마지막 카스트라토로 알려져 있다.
* 국민일보 쿠키뉴스(www.kukinews.com),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