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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 거북이도 난다 - 바흐만 고바디 감독 인터뷰
    Favorites/movie 2005. 5. 9. 18:51


    쿠르드인의 삶, <거북이도 난다>
    전쟁의 현실을 말하는 바흐만 고바디 감독



    장보임 기자

    프로메테우스 2005. 5. 9. (일부생략)
    원문링크


     
    영화 <거북이도 난다>의 바흐만 고바디 감독. 그는 실제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이라크 국경지역에서 전문배우가 아닌 현지인들과 영화를 찍는다. 바흐만 고바디 감독은 33편의 단편영화와 3편의 장편영화를 만들었으며 전작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으로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했다. 지난 7일 서울 상암 CGV에서 열린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 영화와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중략) 바흐만 고바디 감독은 후세인 동상이 파괴되기 2주전, 이라크의 시장에 가서 위성을 사는 모습 등을 보고 영화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거북이도 난다>는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다. 쿠르드인인 그는 쿠르드족에 대한 애정을 넘어 그들의 삶에 대한 많은 얘기를 하고자했다. 상암 CGV에서 열린 감독과의 대화는 2시간가량 진행됐다. 바흐만 고바디 감독은 영화제목의 거북이에 대해 “거북이의 등껍질은 삶의 비극적 무게”라고 설명하고, “전쟁과 지뢰에 대한 소식, 영화와 같은 일들이 매일 일어나는 현장에서 사실적인 것과 드라마틱한 것들을 잘 결합시켜 관객들이 그것을 사실로 믿을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며 영화 제작 취지를 밝혔다.
     
    다음은 감독과의 대화 요지이다.
     
    ◇ 지뢰 때문에 팔을 잃은 소년, 눈 먼 아기 등은 설정이 아니라 실제 등장인물의 삶이다. 영화의 모티브를 제공한 구체적인 사연이 있나?
     
    - 영화의 무대가 되고 있는 그곳에는 팔이 없거나 다리가 잘린 아이들이 많다. 폭탄이나 지뢰에 의해 잘려나간 사람이 정말 많다. 하루에 1~2명이 폭탄에 의해 죽거나 상처를 입는데 이런 것은 설정이 아니라 그 곳의 삶 자체다. 이 세상에는 몸이 온전한 사람이 더 많지만 영화의 무대가 되고 있는 그 땅에는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훨씬 많다. 팔이 잘리거나 다리를 잃은 그 어린이들이 나에게는 부시나 후세인보다 훨씬 더 위대한 존재다. 이 영화를 찍기 전까지는 삶에 지치고, ‘왜 살아야 하나, 왜 영화를 찍나’하는 무력감이 있었다. 이라크에 가서 상처를 입은 아이들을 보고 저 아이들도 살아가는 것을 보고 정말 살아야겠다는 삶에 대한 의지를 갖게 됐다. 그리고 영화를 같이 찍었던 아이들은 학교도 다시 다니면서 영화제작도 배우고 하고 있다. 그들은 나보다 훨씬 좋은 감독이 될 것이다. 여러분이 이 영화를 보시면서 지금은 편안한 삶을 살고 있지만 한국도 과거에 전쟁을 겪었다시피 부모님 세대의 경험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다시 그 삶을 느끼길 바란다.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미국문화 등 서구 문화에 한국의 전통 등이 짓밟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유의 한국의 것들을 지켜나갔으면 좋겠다.
     
    ◇ 영화 제목과 영화에도 등장하는 ‘거북이’의 의미는 무엇인가?
     
    - 아그린이 아들을 등에 메고 있는 모습이 거북이를 생각나게 한다. 거북이 등껍질이 삶의 비극적 무게다. 아그린이 항상 자기 아이를 버리고 싶어 하듯이 무거운 삶을 버리고 싶어하는 것이다. 4000만 명의 쿠르드인은 이란, 이라크, 시리아, 터키 등에 자신의 나라 없이 살고 있다. 그 4개 나라의 국경에는 석유 등의 자원이 많아 미국이나 서구세력에 의한 항상 전쟁이 있었고 거기에 살고 있는 쿠르드인은 항상 피해를 입었다. 쿠르드는 이란도 아니고 이라크도 아니고 터키고 아닌 쿠르드 그 자체이며 이슬람이 있기 전부터 쿠르드는 있어왔고 고유의 역사도 있다. 한국과 일본이 다르듯 쿠르드와 아랍은 전혀 다르다.
     
    ◇ 아이들의 연기, 특히 리가를 바라보는 아그린의 눈빛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어린배우들의 연기는 어떻게 지도했나?
     
    - 나는 17년 동안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학교를 다닌 적도 없는 나의 영화선생님은 쿠르드인의 삶 자체였다. 아마추어들과 영화를 만드는 일은 그들의 진짜 삶을 캐치해야 하는 지루한 작업이었다. 이 작품을 하면서는 아이들의 엄마라는 심정으로 돌보면서 찍었다. 그들이 보여준 것은 연기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카메라 앞에서 다시 한 번 산 것이다.
     
    ◇ 영화에서 아이들 사회가 나오고 그들의 우두머리인 ‘위성’이란 아이가 나온다. 아이들의 사회를 통해 무엇을 얘기하려 했나?
     
    - 위성이란 인물은 처음부터 구상한 인물이 아니라 코미디적인 부분을 첨가하기 위해 넣은 것이다. 아그린, 파쇼, 위성 등은 나의 어렸을 적 모습의 일부다. 어렸을 때 나는 정말 힘들었고 아그린처럼 자살을 생각하기도 하고, 위성처럼 우두머리도 되고 싶었다. 나의 콤플렉스 등이 묻어나온 것이다.
     
    ◇ 예지력을 가진 소년을 등장시킨 이유는?
     
    - 쿠르드 사람들은 모두 미래를 본다.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얘기를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다.

    ◇ 지뢰 앞의 꽃, 리가의 클로즈업 장면 등 슬픔을 극대화하려는 극적인 장치들이 보인다. 이런 것을 의도적으로 넣은 이유는 무엇인가?
     
    - 일부러 불쌍하게 보이려한 것이 아니다. 이것이 진정한 전쟁이다. 전쟁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당신들은 한국에서 편하게 영화를 보고 있지만 이것이 전쟁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이 나의 영화를 보러오길 바란다. 그러나 그것은 내 영화를 비즈니스 마켓에서 팔기 위함은 아니다. 더 감동적으로 만들려 하는 이유는 더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쿠르드인의 현실을 알게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 전작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에 이어 또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아이들이 정말 전쟁의 희생양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아이들을 드라마나 극적인 효과를 위해 이용한 것인가? 출연한 아이들은 현재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 난 36살이고 늙어 보이지만 나의 내부는 어린아이와 같다. 어린아이들을 매우 사랑하기 때문에 등장 시킨 것이다. 지금까지 만든 36개의 영화 중 아이들이 주인공은 두 편 뿐이다.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에 등장한 아윱은 현재 영화공부를 하고 있으며 현재 나의 어시스턴트다. <거북이도 난다>의 위성은 아윱의 어시스턴트를 꿈꾸며 영화공부를 하고 있다. 아그린은 이라크인으로 현재 이라크 방송사와 30년간 계약을 맺었다. 장님이었던 리가는 수술로 앞을 보게 됐다. 리가는 수술 후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봤다.
     
    ◇ 전작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과 엔딩이 같다. 마지막에 카메라가 인물을 따라가지 않고 인물이 프레임 밖으로 나가는데 그 이유는?
     
    - 나의 사인(sign)과 같은 것이다. 국경은 나의 적이다. 국경 때문에 늘 전쟁이 일어난다. 국경이라는 것이 결국 전쟁을 부른다. 한국의 분단은 정말 실수고 잘못이다. 미국 등 큰 세력들은 자신의 나라를 쪼개지 않는다. 그러나 중동지역은 쪼개지고 있다. 카메라 앵글은 국경을 뜻한다.
     
    ◇ 한국의 이라크 파병에 대한 감독의 생각을 듣고 싶다.
     
    - 파병 건에 대해서는 굉장히 안 좋다고 생각한다. 군인을 보내기 보다는 컴퓨터, 기술력 등 다른 것을 보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이라크에 있는 쿠르드인들과 한국군이 친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군대를 보낸 것은 정말 유감이다.
     
    ◇ 영화감독이기 이전에 쿠르드인의 현실을 알리는데 더 중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
     
    - 그렇다. 나는 쿠르드족이기 때문에 다른 곳의 문화는 잘 알지 못한다. 내가 가장 사실적인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소재이기에 쿠르드인의 얘기를 한 것이다. 가끔 삶은 드라마가 될 수 있다. 그곳에서는 매일 전쟁과 지뢰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고 영화와 같은 일들이 매일 일어난다. 사실적인 것과 드라마틱한 것들을 잘 결합시켜 관객들이 그것을 사실로 믿을 수 있게 만들고 싶다. 나는 철저히 현실을 기반으로 하되, 드라마틱한 것들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좀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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