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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웃에 선교하라?


살아남은 아프간 인질 19명이 모두 무사히 풀려나 참으로 다행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처한 인질과 그 가족들에게 인간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였고, 나는 그런 모습이 정의롭지 않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한국 개신교가 보여 왔던 그동안의 잘못된 행태에 대한 사람들의 비판은 정당하다. 인질로 잡힌 사람들이 안전하게 되었으니 이제는 한국 개신교를 성토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개신교 보수단체에서 또다시 허튼소리가 나온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자기들도 미리 준비해서 돕겠다는 것이다.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 그들이 제대로 반성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으나 막상 허튼소리를 접하고 나니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물론 여기에 동조하지 않고 반성과 자기성찰을 하려는 기독교인도 많다. 최소한 그런 사람들이 있어 위안을 얻지만 보수 개신교 단체들의 행태는 도저히 묵과할 수가 없다.

아프간 인질사건이 벌어졌을 때 한 선배는 이 사건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을 했다. 나는 그들의 잘못이 크지만 당장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것이 정의에 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 선배는 '참 인간적인 대답'이라고 하면서 자신은 그 인질들을 '어떻게 하면 죽게 내버려 둘 수 있을까' 고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배의 이런 비정한 생각에는 구제불능의 한국 개신교에 대한 깊은 불신이 자리한 것이었다. 나 역시 심정적으로는 충분히 동의하는 이야기였지만 인정을 베풀고 기회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개신교 보수단체의 행태는 그들에게 보여주었던 인정마저 흔들리게 한다.

이번 사건으로 한국 개신교에 대한 성토가 거세지만, 인질들이 무사히 살아남은 것은 결국 한국 개신교가 '반성'하고 우리 사회 속에서 '용서' 받을 수 있는 하나의 뜻 깊은 기회를 의미하기도 한다. 큰 불행과 피해를 일으킨 잘못이 있었더라도 그 불행이 잘 마무리 되면 비록 잘못을 꾸짖는 말일지라도 그 속에는 위로가 담기게 되고, 더불어 이제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라는 용서의 마음도 자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반성과 용서의 기회조차도 한국 개신교가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다. 정부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의 노력으로 '주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렇듯 소중한 기회와 고마운 일을 개신교 보수단체들은 배신과 기만으로 되갚으려 하고 있다. 그들은 석방된 인질과 그 가족들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도, 한국 개신교에 기회를 주고 싶은 마음도 사라지게 하고 있다. 수많은 비난을 들어가면서도 인질들을 무사히 석방하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들을 '후회'하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 개신교에 비판적이었지만 인질들에게 온정을 베풀어 그들의 안전을 걱정하고 무사귀환을 기원했던 사람들에게 고하고 싶다.
 

인정과 용서는 한번으로 족하다.


그들이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부여잡고 있던 '한 가닥' 희망의 끈을 놓아야 한다. 사회적 배려나 사회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자기성찰이 없는 '사회적 기생충' 같은 종교에 대한 비판과 조롱의 대열에 함께 해야 한다.

물론 기독교나 개신교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기독교는 고대 유대교의 부조리한 신앙과 로마의 지배체제에 항거하면서 시작됐고, 개신교는 중세 카톨릭의 부조리한 신앙과 중세의 지배체제에 항거하면서 시작됐다. '믿음'이 아닌 '사상'의 측면에서 보아도 기독교나 개신교는 역사적으로 진보적 성격을 갖고 있었다. 잘못된 것은 기독교나 개신교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믿는다고 하는 사람들에 있다. 믿음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생각하며 실천하지 않고, 그저 '믿으면 된다'고 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세금혜택 받는 종교사업을 영위하는 사람들 말이다.

그들에게서 "네 이웃을 사랑하라(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듣는 것이 가당한 일인가. 지금 그들이 실천하고 있는 것은 "네 이웃에 선교하고, 원수도 개종시키라"는 것이지 않은가 말이다.

그들에게 있어 '사랑'이나 '봉사'는 선교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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