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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레기통으로 들어간 FC서울
    Essay 2007. 9. 12. 00:04

    나는 우리나라 축구 발전에 도움을 주는 그런 축구팬은 아니다. 지금까지 축구 경기장을 찾은 적도 없고, 앞으로도 일부러 그럴 생각 같은 것은 없다. 물론 생각이 달라져 '열성'을 갖게 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비록 축구발전에 도움이 안되는 축에 속하지만 그렇다고 축구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축구장을 찾아 열심히 응원하는 사람들보다는 관심의 깊이가 낮겠지만, 그래도 국가대표팀은 물론 국내, 해외 축구 관련 상황들을 관심 있게 보는 축에 속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스포츠'와 관련한 발언에 있어서도 그 발언을 하는 사람이 어디에 소속되어 어떤 활동이나 역할, 기여를 하는가를 따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축구발전에 기여(대단한 무언가가 아닌 그저 경기장을 자주 찾는 정도만으로도)하는 것은 하나 없이 어떤 팀이나 선수를 부당하게 욕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나는 사실 축구나 축구장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할 말이 별로 없다.

    그러나 10일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은 비난의 말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FC서울 서포터들의 행태에 대해서 말이다. 당신들의 팀을 '패륜'이라고 부를 때 나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았고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간혹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거나 하면 팀에 대한 사랑이 앞섰기 때문이라 생각했고, 그 정도는 있을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궁극적으로 팀을 사랑하는 당신들의 열정적인 응원은 우리나라 축구를 발전시키는 소중한 원동력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젠 생각이 바뀌었다. 'FC서울'이라는 말에서 떠오르는 것은 이제 "쓰레기 같은 팀", "더러운 서포터들이 응원하는 팀"일 뿐이다. 여기서 '이성'을 요구하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일부 잘못된 서포터들의 행태를 두고, 선수를 포함한 팀 전체나 다른 잘못 없는 서포터들까지 욕을 해서는 안된다는 식의 분별력을 요구할 지도 모르겠다. 물론 안정환 선수에 대한 야유 사건에서 FC서울 선수들이나 그 야유에 동참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잘못이 없다. 그러나 잘못이 없다고 가만히 욕을 안먹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들어 나찌에 협력하지 않았던 독일인이나 그 후손은 다른 유럽인들에게 사과할 이유가 없다고 해야 하나?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게르만' 민족의 이름으로 벌어진 일에 지금까지 사과한다. 오히려 그런 경우 사과할 이유도 비난을 들을 이유도 없다고 하는 것이 바로 '반성 없는 일본'이 좋아하는 '분별력 있는' 입장일 것이다. 그러니 분별할 사람은 분별하시라. 그런 사람들을 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나는 분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분별력이 필요했다면 'FC서울 서포터'에게 먼저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제 한껏 모욕하고 싶다. FC서울은 최악의 팀이다. 선수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나쁜 감정 같은 것은 없지만, 그 이름을 달고 뛰는 팀은 이제 불쾌하기 짝이 없다. 동시에 그들은 매우 불행한 팀이다. 가장 저질인 서포터들의 응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은 아무 잘못 없으면서 사죄하는 가련한 FC서울 서포터들도 있지만, 미안하다, 당신들 일부의 사죄는 진실해 보이지만 그것으로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FC서울'이라는 이름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들이 입고 있는 유니폼, 그들이 외치는 응원가와 구호는 이미 '쓰레기통' 속으로 들어갔다.

    축구를 '기독교'에 비유하자면, 당신들은 현재 한국 개신교의 '꼴통 교회 열성 교인들' 쯤 되어 보인다. 다른 사람이 상처받거나 말거나 자기들 멋대로 지껄이고 행동하면서, 경기 있을 때마다 헌금하고, 골이 있을 때마다 통성기도하는 그런 사람들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안그런가? FC서울이라는 팀도, 그들을 응원하는 서포터들도 이제 좋게 봐줄래야 봐줄 수가 없을 것 같다. 이것이 지나친 편견일 지라도, 당신들이 아무 죄 없이 최선을 다하는 한 선수에게 보낸 역겨운 야유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만약 내가 FC서울 서포터였다면, 잘못이 있건 없건 다른 서포터 모두에게 안정환 선수와 그 부인에 대해 사죄의 편지를 쓰자고 제안했을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FC서울'이라는 이름을 쓰레기통에서 건지는 길이며, 상처받은 안정환 선수나 그 부인에게도 위안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정말이지 FC서울 서포터들은 "축구를 즐길 줄 안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 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공동으로 이번 사건에 책임의식을 갖고 안정환 선수와 부인, 그리고 다른 축구팬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냥 형식적인 사죄가 아닌, 용서받을 수 있는 사죄를 말이다. 비록 자신은 그와 같은 비열한 야유에 동참하지 않았더라도 축구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더불어 'FC서울'이라는 팀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연대책임의 의식을 가져야 한다.

    만약 그게 없다면 나는 맹세하건대, 'FC서울'이라는 이름을 영원히 모욕하고 비웃을 것이다. 그들이 정당하게 승리해도 언제까지나 부당하게 야유를 보낼 것이다, 그들이 패배하면 혼자서라도 축배를 들며 또다시 지나치게 야유할 것이다. 이성을 기대하지 말고 서운하게 생각하지도 말라. 당신들은 부당하게 야유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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