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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교육 책에 관한 어느 서평기사를 읽고
    Essay 2005. 9. 29. 23:13

    오마이뉴스에 성교육에 관한 책 하나를 소개한 서평기사가 있어 읽어 보았다. 내 조카인 해인이도 부쩍 커가고.. 또 나도... 별 가망은 없어 보이지만.. 목욕하는 선녀를 만나 옷이라도 훔쳐 장가를 갈 지도 모른다는 마지막 희망이 남아 있어 요즘에 아동교육에 관한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물론 구입해서 공부까지 하는 것은 아니라도 조금씩 관심은 가지게 되는 것 같다. 어쨌든 서평기사는 아래와 같다.

    [ 엄마, 구강성교가 뭐에요? - <재미있게 알려주는 성>을 읽고 ]

    책을 읽어보지 않았으니 책에 관해서는 할 말이 전혀 없다. 다만, 기사의 내용 가운데 조금 고민을 하게 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우리 청소년들을 대하다보면 과학 시간에 성에 대한 내용이 나올 때 마다 고개를 숙이고 일부러 무관심을 연출하려 한다. 이런 거북함을 해소하기 위해 학교나 공공기관에서 행하는 성교육 역시 여럿이 한꺼번에 오픈된 곳에서 진행되다보니 올바른 질문과 답변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이런 불편한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아이들이 성에 대한 ‘의도적 무관심’이 대학교 생물학 수업을 받을 때까지 이어지고 있다. 성교육은 어릴 때 시작하는 게 좋고,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저자의 충고를 충분이 실감할 수 있다.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의 경우 청소년은 물론 성인인 대학생들까지도 성에 대한 인식이 닫혀 있다는 것도 사실이고, 성교육은 어릴 때 시작하는 것이 좋으며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 역시 굳이 전문가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누구나 인정하는 바일 것이다. 물론 누구나 생각으로는 인정하지만 실질적으로 올바른 성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어릴 적 성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은 아는데 어떻게 할 지를 모르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책을 낸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고, 그 책을 소개하는 서평기사를 쓴 이유도 거기에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위 대목에서는 고민을 하게 하는 대목이 있는데, 바로 "거북함을 해소하기 위해 학교나 공공기관에서 행하는 성교육 역시 여럿이 한꺼번에 오픈된 곳에서 진행되다보니 올바른 질문과 답변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부분이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여럿이 한꺼번에 공개된 곳에서 성교육을 진행하면 올바른 질문과 답변이 이루어지기 어려운가? 만약 그렇다면, 교육 하는 사람과 교육 받는 사람이 1:1로 비밀이 보장된 곳에서 성교육을 진행하면 올바른 질문과 답변이 이루어지는가?

    내 생각엔 별 차이 없이 똑같을 것 같다.. ㅡ_ㅡ);; 나는 공개된 곳에서 성에 관한 이야기를 회피하는 아이가 공개되지 않은 곳에서는 거북함 없이 이야기 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단언하건대 친구들끼리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면 세대가 다른 교사와 이야기 하는 것은 거북해 할 것이 뻔하다. 물론 치료가 요구되는 어떤 질환이나 성범죄의 피해를 입은 경우와 같이 특별한 경우에는 환경이 매우 중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적인 '성교육'에서는 공개냐 비공개냐는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성교육이 성에 대해 건강하고 올바르게 열린 인식을 주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 방법 역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열린 환경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기사에서 언급된 "불편한 환경"이라는 말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말이 된다. 올바른 성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불편한 환경' 때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 문제는 환경이나 교육여건에 있다기 보다는 오히려 성교육을 담당할 '교육자'에게 있다. 한번 생각을 해보자. 아이들이 성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거북해 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교육자는 안그런가^^? 선생님들을 너무 우습게 평가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내 생각은 교사들도 똑같이 거북해 한다는 것이다. 그들도 올바른 성교육을 받지 못한 것은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적합한 환경이 아니라 교육자가 갖고 있는 인식의 전환이며 학습이다. 그것이 단순히 성에 관한 과학적 지식을 습득하는 것 이상임은 물론이다. 지나친 도덕주의에 기울어져 자기 스스로 폐쇄적인 성인식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무의식 중에 체면이 우선이라고 생각하여 자기 스스로 성에 관한 이야기를 거북하게 인식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아울러 교육자는 그러한 자문을 통해 자신의 닫힌 성인식을 바꾸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 교육자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건강하고 올바른 성교육은 어려운 이야기이다.

    교사가 바뀌지 않는다면 결과는 둘 중의 하나일 것이 뻔하다. 성에 대한 비뚤어진 인식이 방치되거나 기껏해야 경직된 도덕주의에 갇힌 새로운 성인이 만들어 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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