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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근 교수의 기고문 "전철련 처리에 달린 용산 참사"에 대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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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퇴근길, 문화일보를 집어 들고 나와 전철에서 읽던 중 강경근 교수의 기고문이 눈에 들어 왔다. 법학을 공부한 터라 이번 용산 참사에 관하여 헌법학자의 시각은 어떨까 궁금하여 주의깊게 읽었다. 기고문을 거칠게 요약해보면, ① 법치주의의 확립을 위하여, ② 이제는 헌법국가의 정부와 법에 무력(폭력)으로 저항해온 단체들을 근절해야 하며, ③ 그러기 위해 전철련을 본보기로 삼아 확실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음에도, 나로서는 매우 실망스러운 글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글에서 강경근 교수를 비난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그 분에 대해 단정같은 것을 내릴 생각은 없다. 단지, 내가 가진 생각과 의문을 제시해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1. "한국 법치주의의 비극"에 대한 견해

강 교수는 한국 법치주의의 비극이 "법은 존재하되 그 법을 집행하는 정부는 실종된 현실에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말의 뜻은 강 교수가 곧바로 설명하고 있듯이 "자기에게 불리하면 국회에서 의결돼 시행중인 법이 있어도 이를 '악법'이라 하면서 헌법국가의 정부와 법에 저항"하는 존재(단체)가 있는 현실을 의미한다.
 
그러나 강 교수가 말문을 열었던 첫번째 표현만으로 보자면, 전혀 다르게 보이는 정치적 입장에서도 설득력이 있다. 이를테면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의 현실, '법은 멀고 권력은 가깝다'는 '법원권근(法遠權近)'의 현실에 딱 들어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법은 존재하되 돈과 권력이 법을 무시하고 그 법을 집행하는 정부는 실종돼 있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차이가 있다면 법을 집행해야 할 자들이 법을 무시하거나 어기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한국 법치주의의 비극'은 후자에 더 가깝지만, 강 교수가 기고문에서 지적한 경우도 비극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전철련 같이 '빨갱이'과(科)에 속하는 경우도 있지만, 헌법국가의 정부와 법을 친북좌파 정권이라 하며 쿠데타라도 일으킬 것처럼 군복 입고 나오는 '보수꼴통'과도 있다는 점은 분명히 해두어야 오해가 없을 것이다.
 
어쨌든 두 과가 모두 법치주의의 비극이라는 게 내 견해다. 모두가 지켜야 할 법이 있음에도 그 법을 우습게 어기는 경우를 '법치주의의 비극'이라 하지 않으면 무어라 하겠는가. 강 교수의 지적에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한 가지 의문을 가져 본다. 어떤 비극이 더 본질적일까? 어떤 비극이 더 심각한 비극일까? 헌법국가의 정부와 법에 저항하는 비극일까? 아니면 '유전무죄 무전유죄', '법원권근'의 비극일까? 나는 당연히 후자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전자는 '단체'에 불과하지만, 후자는 '사회구조'이기 때문이다. 전자는 법의 이름으로 진압이라도 할 수 있지만, 후자는 오히려 법과 체제의 이름으로 쉽게 옹호되거나 조용히 묻히기 때문이다.

'법치주의'의 역사적 의미를 생각할 때에도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 비극적이다. 법치주의는 누구나 법의 지배를 받는다는 뜻이지만, 특별히 권력자, 특권층, 지배계급도 똑같이 그래야 한다는 역사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봉건시대의 왕이나 귀족, 성직자와 같은 특권계층도 예외 없이 법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법치주의가 등장한 이유다.

나는 이번 용산 참사에서도 법치주의의 본질적 비극은 있다고 본다. 용역깡패처럼 돈이나 권력에 의해 움직이는 자들은 법을 지켰을까? 또 경찰들은 법을 제대로 지켰을까? 만약 경찰이 법을 어겼다면 그들도 예외없이 처벌을 받을까? 이번 참사에 대해 정치권력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법치주의를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을까? 법치주의를 무시해온 전철련이라는 단체에 대한 강 교수의 지적에 동의를 하면서도 그의 주장이 부족해 보이는 이유는 한국 법치주의의 본질적 비극을 놓아 둔 채 현상적 비극에 분노하고 있기 때문이다.


2. 강경근 교수의 눈을 가리고 있는 '법실증주의'라는 이름의 눈가리개

강 교수는 이명박 정부로 하여금 "악법과 무법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그런 용기를 보여주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선진화"는 없다고 하며, 눈가리개를 벗어야 한다고 한다. 나 역시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렇게 쉽게 동의할 수 있음에도 사실은 다른 점이 너무나 많다고 느낀다.

한 가지 강 교수에게 묻고 싶은 것은, 그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수 있는가, 어떻게 끊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추측해 보건대 기고문의 전체적인 내용을 보았을 때 그가 주문하는 것은, 수사기관과 사법부에 의한 준엄하고 철저한 심판이다. 그러나 다시 묻고 싶다. 그런 철저한 심판만으로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질까?

전철련이 법을 어긴 행위를 덮어두자는 말이 아니다. 법을 어긴 자가 있으면 그게 누구든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단지 그와 같은 방식으로는 강 교수가 말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질 수 없다. 왜냐하면 그런 생각에는 사회적 갈등과 문제현실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강 교수에게 실망하는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법학자이므로 법실증주의를 견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임에도 기고문만으로 보자면 지나치게 법실증주의에 매몰돼 있다는 생각이다.

법학자를 포함한 법률가에게 있어 필요한 것은 법실증주의 뿐만은 아니다. 대학시절 어느 법철학 교수님으로부터 '자연법사상과 법실증주의'에 관한 아주 의미 있는 특강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분의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규범을 위해 법실증주의를, 멋있는 법을 위해 자연법 사상을 조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강 교수에게 묻고 싶다. 용산 참사는 오직 전철련의 잘못일 뿐인가? 이번 사태에서도 법을 위반한 자들은 모두 처벌받아야 한다. 강 교수가 기고문을 통해 촉구하지 않아도 그렇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법의 적용과 집행이 공평하고 정당한 것인지 의문을 갖고 있다.


3. 법학자에게 기대되는 노력의 결여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학시절 읽었던, 어느 형법학자가 쓴 소논문 하나가 떠올랐다. '화염병법의 폭력성'이라는 글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수년 전 안타깝게 돌아가신 故 김순태 교수의 글이다.

그 글에서 인상 깊었던 논리는, '폭력'은 '지배폭력'과 '저항폭력'으로 나뉜다는 것이다. 군사독재에 저항하며 민주화 투쟁을 벌였던 우리 사회에서 '화염병'은 지배폭력에 저항하기 위한 저항폭력이었다는 것이다. 폭력은 폭력이지 저항폭력은 뭐냐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그렇게 생소한 논리가 아니다. '정당방위'가 바로 그와 같은 논리이기 때문이다.

물론 화염병 투척이 정당방위라는 말은 아니다. 실정법이 있으므로 처벌의 대상이지만, 학문적으로 그게 끝이라면 법학자들은 그다지 할 일이 없을 것 같다. 법학자가 단순히 '실정법 해설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강경근 교수의 글에는 문제현실에 대한 최소한의 판단과정이 없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매우 불행한 사건이 발생하게 된 원인과 과정을 학자로서 객관적으로 규명하고 해석하려 하기 보다는 마치 일방적으로 사건을 심리종결하고 선고하듯 하고 있다. 강 교수가 경찰청 소속이었다면 이해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안타까운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법이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인식되는 사회, 배우지 못하고 돈도 권력도 없으면 도무지 법이 법 같지가 않은 사회에서, 갈등의 사회적 배경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부르짖는 '철저한 법 집행'은 그 자체가 '지배적 폭력'으로 인식된다. 법학자라면 이런 인식에도 대답을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4. 전철련의 책임과 강 교수의 성급한 판단

정치적이든 법적이든 전철련은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진실에 대한 규명없이 이번 사태의 책임이 모두 전철련에 있는 것처럼 두루뭉술 넘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전철련의 책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설령 경찰에 의한 잘못이었음이 드러난다고 해도 전철련은 결코 씻을 수 없는 무거운 책임이 있음을 느껴야 한다.
 
일반 철거민이 아닌 전철련 집행부에 대해서는 그동안 운동권 내부에서도 이런저런 비판이 많았다. 그러나 전철련은 자신들에 대한 그 어떤 쓴소리도 제대로 들으려 하지 않았고, 심지어 비판적 기사를 쓴 진보언론(월간 말)에 대해서도 폭력을 행사한 전력이 있다.

법적 판단을 접어 둔다면 전철련은 이처럼 무모한 희생을 만들어 낸 원인이 결국 자신들에게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정당한 비판에 귀 기울이지 않고, 독선과 아집으로 일관해온 결과이다. 강 교수가 기고문을 통해 언급한 모든 사건이 오직 전철련의 책임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전철련이 문제가 있는 조직이라는 점에는 틀림이 없다.

다만, 전철련이 문제가 있는 조직이라 해서 이번 용산 참사에서 그들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 참사에 대해선 무엇보다 객관적이고 명확한 진실규명이 가장 중요하다.
 
전철련에 대해선 나도 강 교수만큼이나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그것으로 법적 판단이 끝난 것은 아니다. 강 교수의 글에 대한 실망은 그런 성급함에 있다.


꼬리말 : 강경근, 김순태, 법실증주의, 법치주의, 용산참사, 전철련, 철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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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lsflrudckf at 2009.01.26 12:23  r x
전사의 장례식


어떤 조그마한 동네
황금빛 석양이 마지막 햇살을 뿌릴때
대한민국 경찰이 동료 전우를 예로써 맞아들인다.

제군들은 자유대한의 충성스런 전사를 운구하며
그를 애도하여 노래부르고 그것은
작고 고요한 도시에 슬피 울려퍼진다.

그리고 전우와 이별하기 전
마지막으로 저 멀리 있는 그의 어머님에게
"그는 전투 중 달아나지 않고 맞서 싸우다 명예롭게 전사했습니다." 라고 외친다.

전우의 관이 불타오르기 시작할 때
전사들은 힘차게 펄럭이는 깃발을 보며
전우의 죽음에 대한 분노로 불타 맹세한다.

"그대는 결코 헛되이 쓰러지지 아니하였으며,
우리는 그대의 희생에 대해 반드시 복수할 것을 새롭게 다짐하노라!"
그는 영원히 자유대한의 충성스런 전사로 기억되리.

아침녘, 황금빛 태양이 대지위에 처음으로 햇살을 뿌릴때
대한민국 경찰은 다시 전장으로 나아가리라!
BlogIcon fides at 2009.01.27 04:45 신고 x
과연 '시'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골때리는 시로군요. 시를 읽고 나서 이런 말이 떠올랐습니다. "뭥미..." -_-; 누구의 작품인가 싶어 검색을 해보았는데 자작시가 아닌가 싶군요. 안타깝지만 2차 세계대전 때 발표하셨어도 혹평을 들었을 것 같습니다.

용산참사에서 목숨을 잃은 분들 모두가 소중한 분들입니다. 물론 경찰특공대 소속 고 김남훈 경사도 그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dd at 2009.01.26 12:25  r x
당신은 누구신가요?
위에 at 2009.01.26 20:32  r x
뭔 소린지 통..
용산 철거민 및 전철연에 대해 보복이라도 다짐한다는 시인가요?
약드셨으면 곱게 주무세요.. -_-

어쨌건 글은 잘봤습니다.
보수언론의 거기서 거기인 논조들은 거들떠도 보지 않았는데
이렇게 심도있는 비판을 보니 새삼 또 배우고 갑니다.
BlogIcon fides at 2009.01.27 00:20 신고 x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BlogIcon snowall at 2009.01.26 22:08 신고  r x
그렇게 법대로 한다면, 검찰이나 경찰 중에서도, 정치인 중에서도, 법을 어긴 사람 모두를 처벌했으면 좋겠네요. 전철련 사람들에게도 법을 어긴 죄가 있다면 처벌 받아야겠죠.
BlogIcon fides at 2009.01.27 00:26 신고 x
법치주의의 진정한 힘은 그런 데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돈이나 권력을 가진 자도 예외 없이 법의 지배를 받고, 법을 어겼을 때 오히려 더 무거운 책임을 부과하는 사회가 된다면 '공권력'은 민중으로부터 최고의 존경을 받을 겁니다.
BlogIcon 신기철 at 2009.03.05 17:03  r x
논리적인 접근방식으로 사회학적인 방식이 맞지 않을까요??? 강교수님은 이러한 측면에서 말씀을 하신것 같읍니다. 여기에서 다소 우리가 종교학적인 측면이라던지 다른 논리로 해석하고 이해한다면 아마도 단 몇줄의 기고나 칼럼리스트도 우리국민들은 접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 오지 않을까요....
법치의 논리와 경륜으로 이시대의 아픔과 절망 그리고 안타까움을 나름데로 하신 말씀이시지,다른 어떠한
뜻이 있으셔서 기고한 글은 않이듯합니다. 한편으로 저항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저렇게 프로적으로 대항할 수 있을까하여 깜짝 놀랐읍니다. 일반사람들은 그렇게 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법집행에 끝까지 게기면 할수없이 어느 정도는 타협점을 이끌어 낼수 있더라 하는 것이 지난 정권에 많이 나타나 있읍니다.
그래서 절대 미찌지 않는 장사닌까 해볼만 한것 않니냐 해서 전철연에서 적극나서 이권쨍기기 한것 처럼
보여지는 것이 사실 안타깝게 보여졌읍니다. 법 감정상 누가 어느쪽이 더 많은 피해를 입었느냐에 따라
우는 어린아이 달래듯 사탕입에 물려주는 그런 사법부의 안일한 처사도 실망스럽고 반대를 위한 반대의 글을 무슨 요식 행위를 하는것 처럼 붙여 놓는 일도 좀 자중하면서 칼럼의 내용을 독자나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이해하고 느끼며 법치국가의 성숙된 국민의 의식이 나름데로 고취 될수 있도록 배려해 줄 수는 없겠는지요??? 우리 국민도 정치를 이해하고 판단하는 수준이 나름데로 있읍니다.
법조인들은 나름데로 기본 양심을 지켜와 이나라가 지탱지어지게 노력하고 계신것 않일런지요.....
failover at 2009.05.26 01:01 x
일단 한글부터 배우셔야 할 듯 싶습니다. 맞춤법이 이렇게나 틀려서야 세종대왕께서 통곡하실 노릇이지요.

그리고 법 실증주의를 이해하기 전에 도덕과 보편타당의 개념을 배우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이 법 집행이 정당한가에 대한 의문없는 맹종이 됩니다. 이건 북한이 써먹는 맹목적인 법치입니다. 북한이 설마 좋은 것은 아니겠지요?

그러기 위해 일단 콜버그의 이론부터 공부하시고 다시 읽어보세요. 법의 맹목적 따르기는 기껏해야 3~4단계에 머무는 수준입니다. 자유와 도덕율을 생각할 수 있는 단계가 되어야 자유민주주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겁니다.
BlogIcon Marcus at 2009.06.24 01:26 신고  r x
에.. 강교수님 스타일이 그렇습니다.

한나라당을 좋아하셔서..
김기헌 at 2009.10.07 02:00  r x
강경근 교수님..
참 이중적이네요..
보수들은 다 이런건가요.
하긴 보수라기 하기도 머하죠.
그냥 똘아이 일뿐이죠..
니가 하면 로맨스죠..
남이하면 불륜이고.
그게 당신들논리자나..
저게 교수님. 내가 교수하겠다..
하긴 얘만 이런건 아니니까.. 뉴라이트 들은 지들은 잘났네요.
못났따 니들 자식들은 강남에서 잘자라냐. 아님 미국에서 잘자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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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들의 수다' 국적 시비 - 알다가도 모를 '외국인과 한국인'

KBS에서 방송 중인 '미녀들의 수다'라는 프로그램의 출연자 가운데 일부가 사실 '외국인'이 아닌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한국인'이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기사내용의 요점은 출연진 중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음에도 그들 스스로 '한국 국적'임을 밝히지 않았고, 제작진 역시 이를 숨긴 채 '일본인', '러시아인'이라는 식으로 방송을 했기 때문에 시청자를 속였다는 것이다. 거칠게 요약하자면 한마디로 '한국인이면서 외국인 행세를 했다'는 것이다. 기사원문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란다.

한편, 추석날 MBC에서 방송된 프로그램 중에는 "외국인 며느리 열전"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것이 그 프로그램에 나온 '며느리' 출연자들은 한국 남성과 결혼하여 오랫동안 한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대부분 한국 국적을 가진 '한국인'일 것임에도 방송은 내내 그들을 '외국인'으로 취급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위 기사가 전하는 문제의식 대로라면 "외국인 며느리 알고보니 한국 국적?"이라는 연속기사라도 내보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아마 그런 기사를 내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바보' 소리를 들을 테니까 말이다.

국적상 한국인인 며느리들을 '외국인'이라고 한 이유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국적을 염두에 둔 법률적 개념이 아니라, 그냥 '외국에서 온 사람'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녀들의 수다'라는 방송에서는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미녀들의 수다에 나오는 외국인 출연자들은 '외국에서 온 사람'일 뿐만 아니라 국적도 대한민국이 아닌 '순수 외국인'이어야 한다는 것일까?

물론 기사가 전하는 문제의 초점은, 방송에서 출연자 자신이나 제작진이 그와 같은 '사실'을 밝히지 않았고, 오히려 의도적으로 은폐하여 방송을 했다는 것이고, 그점은 시청자들을 기만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참 억지스럽다. 방송에 출연하면서 시청자에게 국적을 밝혀야 한다는 법이나 도덕적 의무라도 있단 말인가? '미녀들의 수다'라는 프로그램은 출연자의 국적이 어떻건 한국에 머물러 있거나 계속 살려고 하는 외국인, 즉 외국에서 온 사람들이 나와서 이야기를 하는 것인데, 국적을 밝히지 않은 것이 도대체 무슨 문제가 되느냐는 것이다.

속았다니 도대체 뭘 속았다는 것인지 정말 모르겠다. 나는 오히려 그런 주장이 '대책 없는 오해'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즉, 자기가 착각을 하거나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그 착각의 원인을 '다른 사람이 의도적으로 기만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처음부터 그들의 국적이 한국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나, 그들은 '외국인 며느리'처럼 외국에서 온 사람이므로 국적과 상관 없이 '외국인'이라 표현해도 된다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혹시 자기가 속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미녀들의 수다' 출연자들의 국적이 한국일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지금까지 문제제기를 안 한 다른 시청자들을 '제작진과 한패'라고 주장할텐가? 그게 아니라면 그냥 자기가 착각한 것에 불과하지 않은가 말이다.

여하간, 한민족으로 태어나 한국인으로 살고 있는 내가 보아도 이렇게 갑갑한데, 외국에서 와 한국이라는 나라와 인연을 맺고 살아가려는 사람들은 정말 어떤 심정일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야말로 어디를 가나 '이방인'이지 않겠는가. 외국인이지만 '한국 국적을 취득해 이제 어엿한 한국인'이라고 하면 '당신은 순수한 한국인이 아니다'라고 하고, 외국에서 온 사람으로서 한국에서 살아 온 이야기를 하면, '왜 국적이 한국이면서 외국인 행세를 하느냐'고 하니, 참 정 떨어질 만한 일이 아닌가 말이다.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할 때에는 그런 말이 없다가, 드라마 등으로 연예활동을 시작하자 그제서야 국적이 한국임을 밝힌 것을 못마땅하게 여길 일도 아니다. 그들이 '미녀들의 수다'에서 한국 국적임을 밝히지 않았다고 부당하게 한몫 잡은 거라도 있는가? 미녀들의 수다에 나오는 출연자들의 인기가 국적따라 좌우되는가? 또 그들이 새로 연예활동을 하면서 국적이 한국임을 밝혀 한몫 잡기라도 하는가? 그런 것도 없지 않은가 말이다. 아니면 혹시 애초에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한국인으로 살면서 열심히 살고 성공도 해보고 싶은 것이 잘못인가?
 
다시 말하지만, 외국인 며느리들의 국적이 한국이라도 '외국인 며느리'라고 부를 수 있듯이, 그것은 미녀들의 수다에 나오는 출연진도 마찬가지이다. '하이옌'은 국적이 한국이어도 동시에 '베트남인'이기도 하다. 그건 한국계 동포들도 마찬가지이지 않은가. 하이옌은 외국인이기도 하고 한국인이기도 하다. 꼭 둘 중에 하나여야 하는 것도 아니고, 어딜가나 자기가 그런 사람임을 분명하게 밝혀야 하는 것도 아니다. 혹시 '방송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왜 그런지 설명을 좀 부탁드린다. 방송자막에 '출신국'이 아니라 반드시 '국적' 표시를 해야 될지도 모를 그 필요성에 대해 한번 근거를 들어보고 싶다.

혈통이든 국적이든 '외국인'과 '한국인'을 구별할 수는 있다. 그게 결코 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그 의미가 자기 마음대로 뒤죽박죽 되어, 그때그때 그들을 규정하고, 소외시키고, 비난하기 위해서라면 정말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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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말 : 국적, 미녀들의 수다, 외국인,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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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볕 조심!


"봄볕은 며느리에게 쐬이고, 가을볕은 딸에게 쐬인다."


며느리도 딸과 다를 바 없는데 참 야박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쨌거나 '봄볕보다 가을볕이 더 좋다'는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의 의미를 좀 분명하게 따져보아야 할 것 같다. '봄볕은 안좋고 가을볕은 괜찮다'는 의미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가끔 "봄볕은 따갑지만 가을볕은 상쾌하고 따사롭지 않느냐"고 하면서 이 말을 하는 분이 계시는데, 물론 겨울이 가까울 수록 그런 날도 있겠지만, 요즘 같은 때에는 좀 위험한 생각이다.
 
이 말은 '봄볕과 가을볕 중에 그나마 가을볕이 좀 낫다'라는 의미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옛날이나 지금이나 봄에도 가을에도 밖에 나가 일을 할 수밖에 없고, 그 볕이 모두 따갑고 좋지 않은데, 그나마 봄볕보다 가을볕이 좀 낫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별일 아닌 거 가지고 심각하게 따진다고 할 지 모르지만, 직접 몸으로 느끼면서 들게 된 생각이다.

추석연휴 마지막날 가족들과 함께 영종도 삼목선착장으로 낚시를 즐기러 나갔다. 출발할 때는 비가 올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흐려서 아무런 대비 없이 썬크림도 안바르고 반팔에 그냥 모자만 쓰고 나갔다. 그리고 점심 때 쯤 되니까 해가 나기 시작했는데, "날씨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도 불어 그렇게 덥지도 않았으니 그야말로 "가을볕 따사로우니 참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낮동안 볕을 쬐고 나니 노출된 팔과 왼쪽 얼굴이 뜨끔뜨끔 해지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낚시용 조끼로 팔을 가리고 있었는데 이미 소용 없는 일이었다. 아직까지도 얼굴이며 팔이 뜨끔거리고 검붉게 타서 보기에도 안좋게 돼버렸다. 살꺼풀이 흉하게 일어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세상에, 그 뜨거운 여름에 하루 종일 배 위에서 낚시를 할 때에도 이렇지는 않았는데(물론 그때는 썬크림을 잘 발라주었지만), 그렇게 덥지도 않은 날 몇 시간 노출되었다고 이렇게 된 걸 보면, 정말 가을볕도 주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봄볕은 며느리에게 쐬이고, 가을볕은 딸에게 쐬인다"는 말이 그렇게 야박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볕을 쐬이는(가을에 일을 나가야 하는) 딸도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과학적으로도 봄볕 보다는 가을볕이 좀 낫다고는 한다. 일사량과 일조시간, 습도 등의 기후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그 의미는 "좀 낫다"는 것이지, "가을볕은 안심하고 즐겨도 된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혹시 나처럼 아무 걱정 없이 가을볕을 무시하거나 또는 즐기려고 하시는 분들은, 주의 깊게 살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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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살타는 동안 긴팔에 모자에 수건까지 착용하고 계신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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