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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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혈인 문제'의 본질Essay 2006. 4. 6. 17:13
혼혈인 문제의 본질 하인즈 워드의 한국 방문으로 우리 사회의 혼혈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혼혈인들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사회의 관심을 반기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자신들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바뀌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하인즈 워드의 출국과 동시에 끝나고 말 일시적인 관심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나 역시 하인즈 워드의 금의환향을 반갑게 여기면서 그의 성공을 통해 혼혈인들의 기대가 조금씩이나마 실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그러나 우리 모두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이런 말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솔직히 ‘암울’하다. 혼혈인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처럼 하인즈 워드로 조성된 ‘혼혈인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으로 끝날 것이라는 경험에 의한 확신 때문이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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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툰과 파병문제에 관한 단상Essay 2006. 3. 30. 11:17
오래된 일도 아닌데 마치 오래된 일처럼 느껴지는 때가 있다. 당시에는 너무나 가슴 아프고 참담한 일이었는데도 말이다. 하기야 사람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살 수는 없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잊고 지내던 그런 안타까운 일들이 떠오르면 삶의 가벼움마저 느끼게 된다. 지난 날 우리 삶에는 그런 일들이 너무나 많았지만, 오늘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된 이유는 우연히 자이툰 부대에 관한 글을 읽다가 김선일씨의 비참한 죽음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평생을 슬픔과 고통으로 살아가실 유족들을 생각하면 이런 글을 쓰는 것이 가슴 아프고 죄송한 일이지만, 우리는 김선일씨를 죽음으로 몰아갔던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그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바로 그 파병문제 말이다. 학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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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모독에 관한 단상Essay 2006. 3. 29. 12:03
5월에 개봉예정인 영화 '다빈치 코드'에 대해 한국 기독교계가 상영 저지투쟁을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와 관련해 한기총의 홍재철 목사가 '2080 CEO 포럼 특강'에서 박근혜씨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어느 종교이든 그 신성을 모독하는 영화 등을 규제할 수 있는 입법을 할 계획이 있는가?" 질문의 의도에는 아무래도 동조할 수 없지만, 법학을 전공한 나로서는 참 좋은 질문이라 여긴다. 최근에 이슬람을 모독하는 만평이 국제사회에서 문제가 된 일도 있으니 어느 입장에서건 생각해 볼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여하간 박근혜씨는 홍목사의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하면서 다빈치 코드와 같은 영화의 상영을 법적으로 금지할 수 있는지 검토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아무리 표현의 자유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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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순태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Essay 2006. 3. 13. 01:08
방송대 법학과 형법교수로 재직하셨던 김순태 선생님은 사진으로조차 뵌 적이 없는 분이었지만, 나는 그분의 함자를 들으면 대학 1학년 때 읽었던 짧지만 어떤 글보다 무겁고 진지했던 글이 하나 떠오른다."화염병법의 폭력성"지배계급들은 화염병을 던지는 것이 '심각한 폭력'이므로 그것을 던지는 '빨갱이'들을 처벌하기 위해 화염병법을 만들었다. 그런데 김순태 선생님은 그 화염병법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폭력이라고 부르짖던 형법학자였다. 소논문이었지만, 진실하고 따뜻하며 깊고 무거운 고민이 그대로 전해져 논문을 읽다가 눈물을 흘린 적은 처음이었던 같다. 며칠전 김순태 선생님께서 병환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찌할 수 없는 병에 걸리셔서 죽음을 준비하고 계신다는 소식을 들은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오늘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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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유근 어린이와 교육에 관한 단상Essay 2005. 10. 25. 14:04
지금 우리나라에서 과학영재로 불리는 송유근 어린이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 같다. 나 역시 처음 세상에 알려질 때부터 이 굉장한 어린이에 관한 소식들을 흥미롭게 접해왔다. 나의 관심은, '영재'라고 하기에도 부족할 것 같은 유근이의 재능에도 물론 있었지만 그보다는 아직은 그저 어린이일 뿐인 유근이가 대한민국의 제도교육 속에서 어떻게 대우받고 적응해가는가 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그 과정은 모두가 알다시피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근이 같은 아이를 위한 어떤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고 그래서 유근이의 부모님은 아이를 위해 어려운 일들을 해결하면서 그야말로 환경을 개척해 나가야만 했다. 여기서 나는 유근이 같은 영재를 위한 제도교육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은 현실과 그러한 현실이 얼마나 한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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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장관의 정치적 의도?Essay 2005. 10. 14. 06:21
동국대 강정구 교수의 발언에 대해 검찰이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를 적용하겠다고 하면서 구속수사를 결정하려 하자 법무부 장관이 불구속수사를 요구하는 지휘권을 최초로 발동했다. 이에 대해 검찰총장은 장관의 지휘권 수용을 유보하는 입장을 보인 가운데 이를 둘러싸고 법무부장관과 검찰조직 사이의 대립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또다시 난장판이 벌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미 "헌정질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파괴"라고 하면서 들고 일어나고 검찰은 마치 검찰의 독립성이라도 침해받은 듯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그런데 법무부장관의 지휘권발동에 반대하는 입장의 논리를 접하다 보면 참으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이상한 것은, 법무부장관의 결정을 자신의 정치적 의도를 관철시키기 위한 '정치적 판단'이라고 매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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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주사(將進酒辭)와 하일대주(夏日對酒)Essay 2005. 10. 10. 06:47
한글날을 맞이하여 세종대왕릉을 참배하고 시 한수를 읊어 달라는 조선일보 기자의 부탁에 엉뚱하게도 장진주사를 읊은 외국학자의 이야기 때문에 한 가지 떠오르는 사실이 있었다. 그것은 똑같이 술을 좋아하기는 했으나 너무도 다르게 마셨던 두 사람에 대한 일이다. 한 사람은 그 외국학자가 암송한 장진주사(將進酒辭)를 남긴 송강 정철이요, 다른 한 사람은 단순히 '실학자'를 넘어 시대 속에서 민중의 아픔을 고스란히 품고자 했던 조선의 대사상가 다산 정약용이다. 다산은 그가 남긴 수많은 저작에서 억압과 착취에 신음하는 민중의 고통과 그들의 처연했던 삶을 노래하였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하일대주(夏日對酒)이다. 송강(1536-1593)과 다산(1762-1836)은 2백년이 넘는 차이를 두고 살았지만, 조선왕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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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학자의 세종대왕릉 참배기사를 보고Essay 2005. 10. 9. 15:55
어쩌다 보니 한글날을 맞이하여 나오게 된 조선일보의 기사 하나를 접하게 되었다. "세종대왕은 우리의 영웅"이라는 기사인데 오랫동안 한글을 연구해온 독일과 일본의 학자가 세종대왕릉을 참배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로 웃음이 나오는 기사였다. 조선일보, 세종대왕은 우리의 영웅, 2005. 10. 7. 먼저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조선일보 또는 조선일보 기자가 이런 기사를 내보냈다는 것이다. 물론 기사를 내는 것이야 그들의 자유이겠지만, 알다시피 조선일보는 지금까지 한글 사랑과는 전혀 무관했고 지금도 별 신경을 쓰고 있지 않은 신문이라는 것이 문제이다. 고인이 되신 교육자이시자 한글학자이셨던 이오덕 선생께서는 우리 말과 글을 바로 쓰기 위해 여러 훌륭한 책을 쓰셨다. 그때 선생께서는 잘못 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