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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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중립성?Essay 2007. 6. 8. 23:16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정책평가포럼' 강연에서 한 발언과 이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중립의무 위반' 판단은 참으로 흥미로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이런 사건 자체를 대단히 긍정적으로 본다. 넓은 시각으로 보면, 어떤 의미에서건 우리 사회의 정치현실이나 사람들의 정치의식에 신선한 문제의식을 던져주고, 의미 있는 경험의 기회를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구의 선진국가들에 비교하건 안하건 어느 모로 보나 '정치적 후진국가'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확실히 이런 사건을 통해서도 '의미 있는 정치적 경험'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을 하면 곧바로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할 이유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사이버 세계의 떠돌이 무사가 되어 정의를 위해 일단 칼을 휘두르고 보는 부질없는 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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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ㆍ검찰청 직원 사칭 개인정보수집 피해Essay 2007. 5. 23. 18:01
근래에 법원 직원이나 검찰청 직원을 사칭하여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피해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요즘 세상에 공무원이 전화를 한다고 해서 쉽게 당할 사람이 어디있겠나 싶지만, 평생 법원이나 검찰청 문턱에도 가보지 않은 사람들은 '법원', '검찰청'이라는 말에 기가 죽거나 당황하고, 얼떨결에 고분고분 협조를 하여 당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특히 이들 사기꾼들의 수법이 굉장히 사실적이기 때문에(법원이나 검찰청의 부서와 그 부서에 실제 근무하는 공무원의 이름까지 사용한다) 속은 줄도 모르고 있는 경우도 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법원이나 검찰청에 전화를 해서 담당자를 찾으면 그때야 비로소 "사기 전화 받으셨죠?"라는 말을 듣게 된다. 국민들이 권력기관에 주눅들어 있다는 것을 이용한 사기꾼들 나름의 틈새공략이니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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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회장 김승연과 '루쿨루스 심문'Essay 2007. 5. 1. 16:47
폭행 당한 아들을 위해 보복폭행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화그룹 회장 김승연씨의 사건을 둘러싸고 인터넷 공간에서는 재미있는 의견대립이 벌어지고 있다. 대립적 입장의 하나는 이 사건을 재벌에 대한 특혜적 법적용이 빚어낸 (법질서와 국민을 향한) 재벌총수의 오만함이 드러난 사건으로 보는 입장이다. 이는 학자들이나 대부분의 언론과 여론이 바라보는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먼저 폭행피해를 당한 아들을 위해서 아버지로서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인지상정'의 일로 바라보거나, 또는 아버지라면 마땅히 그래야만 한다는 '뜨거운 부정(父情)의 발현'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바로 두 번째의 입장이다. 이들은 보복폭행의 피해자들이야말로 '먼저 폭행을 한 가해자'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 사건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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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고 두려운 자본주의 사회의 일상Essay 2007. 4. 1. 22:50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경비 아저씨 5명이 며칠 전 해고되었다는 소식을 어머님으로부터 듣게 되었다. 그제서야 자주 인사드렸던 분들이 갑자기 안 보이시고 텅빈 경비실에 며칠째 불만 켜져 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아파트 경비원들이 해고되는 일이 벌어진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내가 살고 있는 소규모 아파트에도 그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 참 세상물정 모르고 생각 없이 산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드는 순간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아파트 1층 현관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처음 보는 경비원 아저씨께서 먼저 고개 숙여 깍듯이 인사를 하신다. 나는 자세를 바로하고 정중하게 인사를 드리면서, 인사를 드려도 받는 둥 마는 둥 하셨던 예전의 경비 아저씨 생각이 났다. 불친절 했던 그분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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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운동과 여성부에 관한 단상Essay 2006. 12. 31. 10:35
남성들이여, 분노가 필요한가? 성매매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연말 회식모임에 돈을 지원하겠다는 여성가족부(이하 여성부)의 계획으로 시끌시끌하다. 여성부의 이런 계획이 국내외로 구설수에 오르자 '돈'에서 '상품권'으로 바뀌긴 했지만, 도리어 사태는 그나마 비판의 모양새를 갖추던 사람들마저 점차 조롱의 대열에 합류를 하는 듯한 형국이다. 그 대열에 합류해 조롱 하나를 더하고 싶은 마음은 결코 없지만, 사실 나도 여성부의 계획에는 동의할 수가 없다. 물론 사람들의 극심한 반발에 대해서 "성매매를 하는 것이 잘못되고 부끄러운 일이지 그런 행사를 기획하는 것이 왜 부끄러운 일로 취급받으며 지탄을 받아야 하느냐"는 의견도 있다. 나도 그런 의견에 부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내가 동의할 수 없다고 하는 이유는 여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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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체트 사망과 칠레 민중들의 축제Essay 2006. 12. 15. 08:13
민주적으로 선출되어 칠레의 노동자 민중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던 살바도르 아옌데(Salvador Allende) 대통령을 미국과 반동세력들의 지원을 받아 전투기로 폭격하고, 그렇게 쿠데타로 집권한 이후에도 수많은 사람들을 납치, 고문, 살해했던 독재자 피노체트(Augusto Pinochet)의 사망소식을 들은 지도 벌써 며칠이 지났다. 극악무도한 범죄에 대한 어떤 법적 처벌도 받지 않은 채 천수를 다 누리고 간 피노체트의 죽음은 참으로 아쉽고 분한 일이긴 했지만 그가 죽었다는 소식에는 나 역시 기뻤다. 아마도 피노체트의 죽음을 함께 기뻐할 만한 사람이 옆에 있었다면 거리낌 없이 축배라도 들었을 것이다. 칠레에는 가본 적도 없는 나조차도 이러한데, 반동 쿠데타 세력의 위협에도 끝까지 굴하지 않고 목숨을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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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실 풍경'에 관한 대화Essay 2006. 11. 30. 14:58
* 이 글은 미디어몹 에오윈님의 글 '민원실 풍경'에 댓글을 남기신 윤현식님과 대화를 하기 위한 글입니다. 대화의 일부이므로 에오윈님 글의 댓글로 남겨야겠지만, 분량이 많을 것 같고 또한 이 자체로 에오윈님의 글과는 조금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듯 싶어 부득이 제 블로그에 올립니다. 제가 윤현식님께 성급하다고 말씀드린 것은 결코 글을 대충 읽으셨다거나 윤현식님이 갖고 계신 생각이 틀렸다는 뜻이 아닙니다. 윤현식님은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지 스스로 잘 표현하고 계시고 그 생각은 동의할 수 있을 만큼 옳은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윤현식님의 생각을 '오해'라고 하는 이유는, 윤현식님이 '에오윈님의 생각'을 충분히 살피지 않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글을 읽는 것'과 '글쓴이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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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성격차보고서'에 대한 왜곡된 반응Essay 2006. 11. 23. 12:19
'세계성격차보고서'에 대한 왜곡된 반응 - 남녀평등에 관한 왜곡된 인식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이 '세계성격차보고서'(The Global Gender Gap Report 2006)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115개국을 대상으로 각 국가의 경제, 교육, 정치, 보건 분야의 남녀간 성 격차 지수를 작성하여 순위를 매긴 것이다. The Global Gender Gap Report 2006 1. 이 흥미로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각 항목별 순위를 종합한 전체 순위가 92위로 하위권에 속한다. '중등교육'(Enrolment in secondary education)이나 '건강한 기대수명'(Healthy life expectancy)에서는 1위를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