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
지공전술에 관한 단상Essay 2006. 6. 15. 23:44
토고전 승리와 함께 불거진 '공 돌리기' 또는 '지공전술'에 대해 인터넷 여기저기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나도 몇몇 곳에서 내 의견을 간단히 주장해 보았는데, 미디어몹에서도 그에 관한 논란이 있는 것을 보고 좀더 차분히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이러한 글이나 논란이 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지겨운 것'임을 알고 있지만, 한 치의 양보도 없으니 그냥 가는 데까지 가보기로 하자. 우선 이 논란에서는 정리해야 될 것이 좀 있다. 첫번째는 용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공 돌리기"라는 표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순우리말이므로 "지공"이라는 말보다야 훨씬 좋았으면 좋았지 말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논란에서 쓰이는 "공 돌리기"라는 말에는 이미 그 행위를 비난하는 뜻이 어느 정도 담겨 있..
-
'토고전'비판은 지나친 주관일 뿐이다Article 2006. 6. 11. 17:46
[주장] 정답 없는 전술을 '잘못된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이한얼 기자의 "난 여전히 '토고전'을 비판 하련다"를 읽고 의견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우선 그의 글은 토고전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에 대해 다시 비판하면서 자신의 소신을 굽힐 뜻이 없음을 밝히는 것이었다. 필자는 그 점에 전혀 불만이 없다. 비판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보장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한얼 기자의 글에 대한 사람들의 비판도 그저 비판의 자유의 하나일 뿐이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자주 겪듯이, 도가 지나쳐 비판이 아닌 악의적이고 모욕적인 공격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크게 보자면 이한얼 기자가 토고전의 국가대표팀을 비판했던 것처럼 사람들은 그런 이한얼 기자를 다시 비판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
황라열 사건 단상 (속편)Essay 2006. 6. 8. 20:42
단상은 그냥 단상으로 끝나면 될 일이지 무슨 속편까지 있냐는 생각이 들었지만, 속편이 나오게 된 것이 내 탓은 아니다. 그럼 누구 탓이냐고? 전적으로 황씨 탓이다. 보통은 남의 탓을 잘 안하는데 이번엔 어쩔 수가 없다. 황씨의 이력에 또다시 문제가 생겼다는 기사를 보고 어쩔 수 없는 번뇌가 다시금 밀려 왔으니 말이다. 오히려 이렇듯 어처구니 없는 일로 번뇌를 일으켜 자꾸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게 만들고 있으니 개인적으로도 용서가 되지 않는다. 여하간 그의 이력에 새롭게 드러난 문제란, 지금은 휴간 중인 기독교계 여성잡지 의 수습기자였다는 것도 뻥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경과를 봤을 때 그다지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뻥으로 시작해 뻥으로 이어지고 있으니 이젠 좀 지루하기까지 하다. 솔직히 이런 생각마저 든다..
-
황라열 사건 단상Essay 2006. 6. 7. 00:51
서울대 총학생회가 한총련을 탈퇴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처음 줏어 들었던 '황라열'이라는 이름을 며칠째 계속 접하고 있다. 알다시피 총학생회장 선거과정에서 밝혔던 그의 이력에 은폐와 거짓이 있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선 이전부터 미리 확보했다는 기부금의 절반이 넘는 5천만원 가량의 출처가 자신이 관련된 성인오락기 제조업체라는 것이 밝혀지고, '한겨레21' 수습기자경력, 고려대 의예과 합격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진 것에 이어 이제는 '무에타이 프로선수 자격획득'이라는 경력마저 사실무근이라는 보도를 접했다. 보도내용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무에타이에는 프로선수 자격제도가 아예 없다는 것이며 황씨가 다녔다는 무에타이 도장조차도 그런 사람 모른다고 했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의혹과 ..
-
바보선언Essay 2006. 5. 11. 13:26
알다시피 우리 사회에서 '서울대'의 지배적 위치는 참으로 대단하다. 앞뒤 잘라버리고 거칠게 말하자면, 지배계급의 지도집단도 서울대였고, 지배계급에 대항하는 지도집단도 서울대였다. 그들만이 지도적이었다는 것이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그들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이 그랬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변함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학생운동에 있어서도, 서울대 총학생회의 활동이 전부는 아니었지만 그들은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그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런 의미 있는 전통은 그들 스스로에 의해 종말을 고한 것처럼 보인다. 물론 서울대 총학생회가 그런 선언을 했다고 해서 그것이 서울대 전체의 정치의식을 드러낸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서울대 총..
-
정치적 허무주의를 경계하며Essay 2006. 5. 3. 12:48
난장판으로 천박함을 유감없이 드러내주는 우리 대한민국 국회의 모습은 우리에게 늘 말할 수 없는 쪽팔림을 선사해준다. 어제만 해도 그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또 다시 염증을 느꼈을 것인가. 그러나 나는 그들의 난장판을 보면서 더 이상 속상해 하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왜냐하면, 미천한 의회주의의 역사로 볼 때에 지금 우리 국회의 모습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선진국 의회가 세련된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서 부러워할 것은 없다. 그들이 처음부터 세련되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이라고 해서 고함을 지르거나 서류를 집어던지지 않았을 것 같은가? 오히려 그들은 칼부림까지 있었다. 그 칼부림을 '결투'라는 이름의 또 다른 세련됨으로 착각해서도 안된다. "선거"나 "투표"..
-
'노무현은 수구꼴통이다'에 대한 생각Essay 2006. 5. 1. 06:40
* 미디어몹 코지토님의 "노무현은 수구꼴통? 1 -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해요"라는 글에 댓글로 쓴 글인데 글자수가 넘었다고 올려지지 않더군요. 나누어서 올릴까 하다가 그냥 트랙백을 보냅니다. "노무현이는 수구꼴통이다"라는 규정이 맞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런 인식이 갖는 의미는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식의 끝을 늘려보면 정치적 허무주의로 가거나 현실정치와는 괴리된 허공 속의 진보주의로 갈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따라서 "노무현이는 수구꼴통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왜 수구꼴통인가?"라고 묻거나 "수구꼴통은 아니다"를 입증하는 것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되는가?"를 정중하게 물어보고 그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적 분석이나 평가가 그 자체로 중요하지 않은..
-
막시밀리앙 드 로베스피에르(Maximilien de Robespierre)Essay 2006. 4. 29. 14:26
온갖 잡다한 서류뭉치들을 정리하다.. 갱지로 된 세계사 요점정리 유인물을 보았다. 그런데 아무리 하찮더라도 까맣게 잊고 있었던 옛 물건을 우연히 찾았을 때의 반가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요즘의 중고등학교 역사교육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10여 년 전의 그것은 그다지 좋은 추억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부를 그렇게 성실하게 하지도 않은 주제에 역사 선생님을 욕되게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 낡은 갱지에서 묻어나오는 것은 '진실'과는 아무 상관 없이 '그냥 외워야만 했던' 그 시절의 갑갑함이다. 그리고, 그 빛바랜 갱지 위에서 나는 '로베스피에르'의 이름을 본다. Maximilien de Robespierre 솔직히 대학에 들어와 역사세미나를 제대로 하기 전까지 로베스피에르는 그냥 '이상한 사람'..